통신선 복원하자마자, 北 "우리끼리 문제해결해야" 압박

임재섭 2021. 10. 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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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연락통신선을 복원하자마자 남한을 향한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노골화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중잣대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데, 한국의 입장에서는 둘 다 안 할 수가 없는 내용"이라며 "북한이 계속 그것을 문제 삼는다면 대화의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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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매체 통해 남북관계 언급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 노골화
4일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 사진은 군 관계자가 남북 군 통신선으로 팩스 송수신을 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북한이 남북연락통신선을 복원하자마자 남한을 향한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과의 대화 요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남한을 향한 압박의 수위만 끌어올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신선 복구보다는 대화에 나오고 도발행위를 멈춰야 비로소 북한이 진정성 있는 대화의 의미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남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5일 리철룡 조국통일연구원 명의의 기고문에서 "북남(남북)관계를 발전시키자면 남조선 당국이 민족자주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족 내부 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허용하면 오히려 복잡성만 조성되고 언제 가도 민족문제를 우리 의사와 이익에 맞게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체는 "남북관계 개선은 그 누구의 승인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나갈 때만이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고문은 남한이 대북제재 완화 등 적대시 정책 철회에 직접 나서라는 북한 측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날 기고문을 낸 조국통일연구원은 노동당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 산하 기구여서 사실상 북한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날 남북연락통신선을 복원하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서해지구·동해지구 통신선에 응답하고 이날은 국제상선공통망까지 응답하며 전 채널을 복구했으나, 남북·미북 중 어느 쪽에도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과 대화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대화 재개의 첫 단추(남북 통신채널 재가동)가 어렵사리 끼워진 만큼 다시 통신선이 불통되는 일이 없도록 남북 모두 면밀히 상황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연설을 통한 종전 선언 제안도 제안에 그치는 일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슬기롭게 대북제재의 틀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면서 민간차원의 교류 확대와 인도적 지원의 활성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이번 만큼은 국회도 객석이 아닌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 남북 국회 회담 개최 등 국회가 당사자인 문제는 직접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 간의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대화의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중잣대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데, 한국의 입장에서는 둘 다 안 할 수가 없는 내용"이라며 "북한이 계속 그것을 문제 삼는다면 대화의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금같이 안 받던 전화만 받는다고 진전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실제 대화 테이블에 앉고 그 기간 동안 도발을 하지 않아야 비로소 진정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박 교수는 "한국의 역할에 대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북한은 지난 2018년부터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북한은 한국의 역할에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갈등이 첨예한 시기에 한국이 내는 목소리에 자칫 미국과 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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