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눈엔 돼지만"..받은 것 이상 되갚는 '이재명 화법' 득실은?

서영지 2021. 10. 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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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에 대응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극한 화법'을 놓고 당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한겨레> 에 "이 지사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특히 20~30대 여성 지지율이 낮은 것이다. 좌담회를 해보면 이들은 '이재명이 무섭게 느껴진다, 일방적으로 일해버릴 거 같다'고 말한다"며 "이 지사가 대장동 위기를 넘기 위해 그렇게 대응한 측면도 있겠지만, 오히려 단점이 강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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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지지층 결집' 경선 승리했지만
본선 중도층 흡수 가능할지 우려
이재명 경기지사가 5일 오전 임시회 출석을 위해 경기도의회로 이동하던 중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에 대응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극한 화법’을 놓고 당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공격을 그 이상의 화력으로 되갚으며 경선 국면을 돌파해냈지만,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본선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이 처음 제기되고 민간 개발업자들이 과도한 수익을 얻은 사실이 문제가 되자 지난달 18일 이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곽상도 의원 아들과 원유철 전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이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과 연관이 있다며 ‘메신저’를 선제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당시 캠프 내부에서는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규정한 이 지사의 초반 대응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대장동 사업을 “모범적인 공익환수 사업”이라고 하다가 민간업자의 초과수익 문제가 불거지자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는 건 여야 정치권 어디가 연루됐든 비리 사업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전략적 실수’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추석연휴 직후에 열린 호남 경선에서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의 고향인 광주·전남에서만 약간 밀렸을 뿐 전북에서의 우세로 호남 승리를 일궈냈다. 당 안팎의 대장동 공세를 이겨낸 것이다. 그리고 3일 뒤 국민의힘이 근거도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건 자신을 절대 권력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사실을 믿는 국민의힘에 특별한 지시“를 내렸다. 이준석 대표에겐 ‘봉고파직(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에 봉하여 잠금)’, 김기현 원내대표에겐 ‘위리안치(죄인을 배소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가둠)’를 명령한 것이다. 지난 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국민의힘이 “이재명도 공범”이라고 몰아세우자 이 지사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며 직격했다. 국민의힘과 대장동 의혹을 놓고 전면전을 벌인 이 지사는 제주, 부산·울산·경남, 인천 경선과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압승하며 본선 직행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준다’는 ‘이재명식 정면돌파’가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을 수 있어도 중도층의 지지가 필수적인 본선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 지사의 가장 큰 단점이 거친 발언으로 인해 불안정해 보인다는 건데 대장동 대응 과정에서 단점이 더 돋보이고 있다. 중도층 확장이나 본선에서는 마이너스가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대선에서 여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므로 중도층 표심을 잡는 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한겨레>에 “이 지사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특히 20~30대 여성 지지율이 낮은 것이다. 좌담회를 해보면 이들은 ‘이재명이 무섭게 느껴진다, 일방적으로 일해버릴 거 같다’고 말한다”며 “이 지사가 대장동 위기를 넘기 위해 그렇게 대응한 측면도 있겠지만, 오히려 단점이 강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공세에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이 지사의 강경한 기조는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거리낄 게 없다는 결백함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지사의 과격한 발언이 부메랑이 될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장동 수사과정에서 어떤 게 나올지 몰라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장동과 관련한 이 지사의 수많은 발언이 혹시나 발목을 잡울 수 있다는 걱정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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