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 노인, 연금 혜택 못받아..생계급여 일부 소득 인정액서 제외해야"

이창준 기자 2021. 10. 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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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등 시민단체가 5일 오전 10시30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의 소득 보장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기초생활수급자인 김호태 씨는 매달 53만원의 생계급여를 받는 것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김씨의 수중에 돌아가는 금액은 23만원에 불과하다. 김씨에게 매달 지급되는 30만원의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돼 정부는 김씨에게 해당 금액을 제외하고 생계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급자들에게 수급 외에 소득이 생기면 문제가 되느냐”고 토로했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빈곤노인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50만명의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이 기초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며 “공적이전지출을 포함한 이들의 소득 30%는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초연금은 노령 인구의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소득 하위 70%의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일정 금액을 매달 지급하는 제도로, 정부는 기존 기초노령연금제도를 개정해 2014년부터 기초연금 제도를 시행해왔다. 시민단체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공공부조 대상은 이같은 기초연금을 사실상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계급여 대상에게 연금이 지급될 경우 해당 금액은 이들의 소득으로 인정돼 그만큼 생계 급여액이 삭감된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는 기초연금이 도입된 이후 연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는 비수급 노인과 수급대상 노인 사이에 역진적 소득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건호 빈곤노인연대 집행위원장은 “소득인정액 계산이 유독 기초수급 노인에게는 너무나도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기초연금이 도입되면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경로수당과 교통수당, 장기수당을 못받게 됐는데 (생계급여까지 삭감되는 것은)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현금 복지를 20년 전으로 후퇴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초생활수급대상 노인들이 아예 기초연금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빈곤노인연대가 이날 공개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수급 노인 50만명 중 6만명 가량(12.3%)은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9.8%보다 더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빈곤노인연대는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그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돼 실익이 없고, 오히려 의료급여 수급까지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생계급여 등 ‘공적이전지출’을 포함한 소득의 30%를 소득인정액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경제활동 인구의 근로소득 30%를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같은 기준을 노인가구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 간사는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빈곤 가구에도 급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생계 급여 기준과 급여 수준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빈곤 노인의 불안정한 삶의 문제는 경제활동 인구의 공제 기준을 함께 적용하는 등의 즉각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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