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연휴 중국 극장가 휩쓴 애국주의 물결..한국전쟁 다룬 '장진호' 흥행 돌풍
[경향신문]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은 중국 극장가에 애국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중국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長津湖)>가 역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면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극장을 떠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서 거수 경례를 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올라오고 있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는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장진호>의 입장 수입이 개봉 5일만인 지난 4일 20억위안(약 3680억원)을 넘어섰다고 5일 보도했다. 이는 2019년 국경절에 애국주의를 앞세워 개봉했던 영화 <나와 나의 조국>이 5일 동안 15억위안을 벌어 들여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웠던 것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장진호>는 흥행 수입이 20억위안을 넘어선 지난 4일 전체 관객 수도 40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영화업계는 이 영화가 2017년 개봉해 5일만에 12억위안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고, 전체 56억위안(약 1조원) 이상의 수입을 올려 중국 내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영화 <특수부대 전랑(戰狼)2>의 흥행 성적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장진호>는 중국이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맞춰 13억위안의 역대 최대 제작비를 투입하고, 1만2000여명이 참여해 만든 대작 영화다. 3명의 유명 감독이 공동 연출했으며, 상영시간도 176분에 이른다. 이 영화는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으로 부르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전쟁 당시 함경남도 장진 일대에서 벌어진 장진호 전투가 영화의 무대다. 미군이 1950년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뒤 개마고원까지 진군했다 장진에서 중국군에 포위돼 1만800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철수했던 장진호 전투를 중국의 시각에서 다룬 작품이다. 당시 중국군은 4만8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더 큰 피해를 입었지만, 중국은 장진호 전투를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 기반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임에도 <장진호>에는 남한과 북한 군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는 중국과 미국의 전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이 철저히 자국 관객들을 겨냥해 만든 애국주의 영화인 셈이다.
미국과의 전쟁을 소재로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이 영화의 전략은 일단 성공적이다. <장진호>는 개봉 첫날부터 2억위안의 입장 수입을 기록하며 역대 개봉일 박스오피스 기록 등을 갈아치웠고, 국경절 연휴 전체 박스오피스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웨이보 등 중국 SNS에는 <장진호>를 관람한 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극장을 떠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서 거수 경례를 하는 관객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나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감상평들이 올라오고 있다. 송루정 중국 푸단대 국제관계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지속되는 중·미간 전략적 경쟁관계에서 볼 때 항미원조 전쟁을 주제로 한 영화가 더 많이 필요하다”며 “이는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고, 중국의 응집력과 자신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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