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키맨' 유동규, 이재명 '첫 당선' 일등공신..아파트 리모델링 공약으로 票몰이

박정엽 기자 2021. 10. 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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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이던 한솔5단지 속한 정자2동
2006년 野후보 지지하다 2010년 李에 과반 몰아줘
李, '리모델링'으로 표심 얻어..측근 '김용'도 조합 추진위원장 출신
한솔5단지, 李 당선후 조합설립인가..올해 1기 신도시 최초 사업승인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첫 당선 선거였던 2010~2014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상대 후보의 ‘아성’으로 분류되던 분당구 정자2동 역전의 주역이었던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지방시장 선거 당시 리모델링 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분당구 정자2동 한솔5단지에서 그 전까지 없었던 ‘조직표’를 만들어냈다. 또한 1기 신도시 노후 주택 리모델링이라는 정책 아이디어로 이 지사가 분당구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데도 도움을 줬다. 이에 이 지사는 야당의 아성으로 꼽히던 분당구에서 경쟁 후보와 득표차를 최소화해 당선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소한 성남시장 선거 직후에는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의 ‘휘하 직원’을 넘어 ‘정치적 동지’ 관계에 가까운 측근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 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를 받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 사업자에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성남시에 손해를 입혔으며, 이런 대가로 화천대유로부터 11억여원을 받는 등 수익금을 나눠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수익 배당 구조를 의도적으로 설계하지 않았으며, 11억여원은 차용증을 쓰고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를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 10월 1일 유동규 신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임명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제공

◇2006년 野후보 지지한 정자2동...2010년엔 李에 과반 몰아줘

이재명 지사는 지난 2010년 6월 2일 실시된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선출직 공직자의 길을 시작했다. 이 지사는 당시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20만1047표(51.16%)를 얻어 경쟁자인 한나라당 황준기 후보(16만9510표·43.14%)를 누르고 당선됐다. 앞서 치러진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7만8059표(23.75%)를 얻어 한나라당 이대엽 후보(17만7531표·54.01%)에게 당선을 내줘야 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이 지사의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선의 배경에는 현재의 야권은 분열하고 여권은 단일화한 구도의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 지사는 여기 더해 ‘성남시 분당구’에서 당시 한나라당 우세 성향인 유권자의 표심을 돌려세우며 승리할 수 있었다. 지역 정가에서는 당시까지 성남시의 3개 행정구 중 구도심이면서 호남 유권자가 많은 수정구·중원구는 현재 여권의 텃밭, 1기 신도시 조성후 전입자가 많은 분당구는 야권의 텃밭으로 분류했다. 분당구는 독자적인 국회의원 지역구로 분리된 1992년 14대 총선 이후 2011년 4월 재보선에서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당선될 떼까지 보수 정당의 아성이었다. 고흥길, 임태희 등 보수 정치인들이 다선 의원을 역임 하기도 했다.

실제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대엽 후보는 분당구에서 64.25%(10만4754표)를 득표했지만, 수정구와 중원구 득표는 각각 43.34%(3만6339표), 44.55%(3만6438표)에 그쳤다. 그런데 이 지사는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수정구·중원구에서 각각 58.87%(5만3564표), 57.91%(5만5428표)를 득표하며 후보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보는 한편, 분당구에서 44.63%(9만2055표)를 얻으며 황준기 후보(50.60%·10만4354표)를 비롯한 야권 후보 전체 득표율을 50%대로 묶어 놓는데 성공했다.

2010년 선거에서 ‘분당구 표심’을 바꿔놓은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의 역할이 컸었다는 게 당시 지역 정치권의 평가였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분당구 정자2동의 한솔5단지 리모델링 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한솔5단지는 1156세대에 이르는 대형 단지로, 어림잡아 유권자 수가 2000명을 넘는 곳이었다. 당시 정자2동의 총 유권자수 1만4678명의 13%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를 도왔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자2동 유효투표수 8297표 중 이 지사는 4225표(50.92%)로 1위를 차지했다. 황준기 후보는 3556표(42.86%)를 얻었다. 야권 표는 무소속 후보인 이대엽 후보의 득표(411표)를 더해도 47.81%에 그쳤다. 이 지사가 당선된 2010년 선거지만, 분당구 전체 21개 동에서 이 지사가 1위를 차지한 동은 단 6개 밖에 없었다. 이는 2006년 선거 당시 정자2동에서 이재명(1739·24.01%) 장영하(470·6.49%) 김미희(853·11.78%) 등 야권 후보 득표율 총합이 42.28%에 그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한솔5단지 조직표가 4년만에 정자2동 투표 결과를 뒤집어 놓은 셈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5단지 아파트.

◇李, ‘리모델링’으로 분당 표심 얻어...측근 ‘김용’도 야탑3동 조합 추진위원장

보수의 아성이었던 정자2동의 표심이 바꿔 놓은 것은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라는 정책 아이디어였다. 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 추진위원장 출신인 유 전 본부장의 경험이 이재명 지사 역전승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2010년 전후 준공 15년을 앞둔 분당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주택 노후화 문제와 이에 따른 부동산 가격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었다. 재건축 규제는 까다로운데, 노후화에 따른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기 때문이다.

이 지사와 유 전 본부장은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 수립을 위해 한 몸처럼 움직였다. 유 전 본부장과 이 지사는 2009년 서울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패널로 함께 참석했다.

이 지사는 2010년 시장 선거에서 리모델링 관련 공약을 내세웠고, 한솔5단지 주민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는 2010년 3월 한솔5단지 조합원 설명회에 참석해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리모델링 지원조례’의 제정과 ‘지원기금’의 설치를 제안해야 한다”며 “증축 범위를 확대하고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이 지사가 ‘측근 인증’을 한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3동의 매화마을 2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을 지냈다. 야탑3동도 2010년 이 지사에게 55.88%의 표를 몰아주며 호응했다. 야탑3동은 2006년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대엽 후보에게 52.30%의 지지를 보냈던 곳이다. 정자2동, 야탑3동처럼 몰표는 아니지만 다른 분당구 유권자들이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이 지사를 지지한 배경에는 아파트 리모델링 관련 공약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솔5단지, 李 당선후 조합설립인가...올해 1기 신도시 최초 사업승인

이 지사는 2010년 성남시장 당선 직후 유 전 본부장에게 시장직 인수위원회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맡겼고, 2013년에는 전국 최초로 리모델링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전담 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실제 한솔5단지의 리모델링 사업 추진은 순항중이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인 2010년 9월 분당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올해 2월에는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한솔5단지 리모델링 사업승인은 분당, 평촌, 산본,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 가운데 첫 사례다.

한솔5단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기존 12개동에서 16개동으로 4개동이 늘어나고, 가구 수는 1156가구에서 1271가구로 115가구가 증가한다. 연면적은 8만5908㎡에서 20만236㎡로 11만4328㎡가 늘고, 지하 주차장도 1개층에서 3개층으로 확대된다. 시공은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이 맡았다.

이 지사는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휘하 직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4일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되자 “과거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는 사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고, 지난 3일 경기도청 출입기자간담회에서는 “비서실 등 지근거리에서 보좌를 하던지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며 유 전 본부장의 ‘측근설’에 선을 그었다. 같은 날 경기도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성남)시장 선거도 도와줬고 도움을 준 사람 중 하나인 건 맞는데 경기도에 와서는 딴 길을 갔다”고 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30일 대선주자 TV토론회에서는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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