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도 아닌데..멕시코 내륙에서 '맹그로브 숲'이 왜 나와?

조홍섭 2021. 10. 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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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페드로 강은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멕시코 남부 유카탄반도 한가운데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을 느릿느릿 흐른다.

특이하게 이 강 상류인 과테말라 국경에서 하류로 약 70㎞ 구간의 강변과 호숫가를 따라 맹그로브 숲(홍수림)이 펼쳐진다.

연구자들은 "산페드로 강은 석회석이 녹아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을 흐르기 때문에 칼슘 농도가 포화상태"라며 "맹그로브가 고농도의 염분을 견디는 것과 고농도의 칼슘에도 살아남는 것이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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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해수면 9m 높았을 때 해안 생태계 고립돼 '봉인'
바다서 170km 떨어졌는데도 해안식물 100여종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산페드로 강에는 10만년 전 해안 맹그로브 숲이 ‘유존 생태계’로 남아있다. 강변과 호숫가의 녹지가 맹그로브 숲이다. 옥타비아 아부르토-오로페사 제공.

산페드로 강은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멕시코 남부 유카탄반도 한가운데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을 느릿느릿 흐른다. 특이하게 이 강 상류인 과테말라 국경에서 하류로 약 70㎞ 구간의 강변과 호숫가를 따라 맹그로브 숲(홍수림)이 펼쳐진다.

맹그로브는 열대나 아열대의 강하구나 해안에 띠 모양으로 분포하는 식물로 소금기와 폭풍에 잘 견디는 생태계의 보고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닷가 식물이 바다에서 170㎞나 떨어진 내륙에 분포할 수 있을까.

중미 유카탄반도에 있는 내륙 맹그로브 숲 위치(네모 안 LSP와 USP 사이 구간). 옥타비아 아부르토-오로페사 외 (2021) PNAS 제공.

미국과 멕시코의 지질학·유전학·식물학 분야 전문가들이 종합조사해 내린 결론은 “이 수수께끼의 맹그로브 숲은 해수면이 현재보다 9m 높았던 지난 간빙기 때 해안이었는데 바닷물이 빠져나간 뒤 10만년 동안 고스란히 잔존한 흔적”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는 5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렸다.

현재 지구는 간빙기로 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을 맞았고 12만5000년 전에는 간빙기가 최고조였다. 따라서 이 내륙 맹그로브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지질시대의 유산을 간직한 일종의 ‘잃어버린 세계’인 셈이다.

석회암이 녹아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을 흐르는 산페드로 강 모습. 천연의 댐 같은 지형이 눈에 띈다. 옥타비아 아부르토-오로페사 제공.

연구자들은 이 강변에서 붉은맹그로브는 물론이고 바다포도 등 바닷가에 분포하는 식물 112종을 확인했는데 이들이 전체 식물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맹그로브는 조류를 따라 퍼져나가지만 이 맹그로브 숲 하류에 커다란 폭포가 여럿 있어 조류를 타고 상류로 확산했을 가능성은 없다.

연구자들이 붉은맹그로브의 유전체를 해독해 인근 해안 여러 곳의 맹그로브와 비교하자 의문이 풀렸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부위와 빈도를 통해 이 맹그로브는 멕시코만에 살던 것이 10만년 이상 고립됐음이 드러났다. 연구에 참여한 펠리페 자파타 캘리포니아대 진화생물학자는 “디엔에이(DNA)에 기원이 고스란히 찍힌 붉은맹그로브뿐 아니라 지난 간빙기 때 해안 석호의 생태계가 이곳 피난처에 고스란히 살아남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바닷가 홍수림과 마찬가지로 내륙 맹그로브 숲도 어린 물고기 양육 등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한다. 옥타비아 아부르토-오로페사 제공.

그렇다면 소금기 많은 물에 적응한 맹그로브가 어떻게 민물에서 살아남았을까. 연구자들은 “산페드로 강은 석회석이 녹아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을 흐르기 때문에 칼슘 농도가 포화상태”라며 “맹그로브가 고농도의 염분을 견디는 것과 고농도의 칼슘에도 살아남는 것이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맹그로브 숲 주변의 지층에서 굴 껍데기와 해안사구, 해안 자갈층 등 과거 간빙기 때 이곳이 바닷가였던 흔적을 찾아냈다. 지난 간빙기 때 해수면의 변동을 추정한 결과 이 맹그로브 숲은 약 10만년 전 해수면 높이가 현재보다 9m 높았을 때 바닷가 맹그로브 숲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내륙에 갇힌 붉은맹그로브에 선인장과 난초 등이 자리 잡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옥타비아 아부르토-오로페사 제공.

주 저자인 옥타비아 아부르토-오로페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연구원은 “가장 놀라운 건 맹그로브 생태계 자체가 10만년 이상 봉인됐다는 사실”이라며 “이 기간에 달라진 환경에 적응한 수많은 종이 앞으로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는 데도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만∼11만5000년 전 동안 계속된 지난 간빙기 동안 지구의 온도는 현재보다 1∼2도 높았고 해수면은 6∼9m 높았다.

멕시코 타바스코의 산페드로 강 전경. 강변 습지를 뺀 평원에서는 대규모 벌채가 진행 중이다. 옥타비아 아부르토-오로페사 제공.

그러나 산페드로 강 유역의 카르스트 평원은 1970년대 이래 방목을 위해 대대적인 벌채가 진행됐고 강변 습지대만 온전히 유지된 상태다. 연구자들은 “유존 생태계 연구는 물론 과거 간빙기 때 해수면 상승이 세계의 해안 생태계에 끼친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보존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0245181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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