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공예로 떠나는 여행(feat. 공예주간)

2021. 10. 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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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소소한 인생의 위시리스트가 있다. 그 중 코로나19로 예상보다 일찍 만난 건 공예다. 작년부터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국민참여단을 통해 여러 공예품을 평가해 보고, 틈틈이 만들어 봤다. 올해는 KCDF에서 선정하는 우수공예품 심사에도 참관할 수 있었다.

나무 줄자. 요즘 공예가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공예에 관한 관심은 비단 나만은 아닌 듯하다. 갑갑한 시간을 보내던 친구는 이미 뜨개질 달인이 돼가고 있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재봉틀을 잡았다는 선배는 원피스까지 만들었다.

몽재에 놓인 차회에 쓸 다구들. 커튼(가림막)도 최희주 공예가의 작품이다.


2021년 공예주간이 시작됐다. 성큼 부는 가을바람이 공예로 떠나길 재촉한다. 올해 주제는 ‘공예로 떠나는 여행’. 10월 10일까지 전국 각 지역과 온라인 전시관 등에서 열리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한 공예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다채로운 공예 행사다. 공예주간에는 공예작품 할인과 전시, 체험 등 다양한 공예에 풍성하게 빠져볼 수 있다.  

강고은 공예가가 커피가루와 흑토를 넣어 빚은 다기.


여러 상황으로 지친 사람들이라면 공예를 통해 심신을 달래기 딱 좋은 기회다. 또 공예를 잘 모르는 사람도 시작해 보기 좋다. 대면 프로그램은 거리두기 4단계에 맞춰 방역수칙을 꼼꼼하게 지켜 진행하고 있다.  

올 공예주간을 그냥 보낼 수 있을까. 2021 공예주간에 동참해 전시, 체험, 온라인을 따라 공예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체험 - 몽재]

‘다함께 차차茶 2021 : 차의 풍경’ 전시가 열리는 보안여관.


1942년부터 60년간 나그네들이 쉬어간 곳. 서울 통의동에는 보안여관이 있다. 2017년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복합문화예술공간인 보안1942가 탄생했다. 이곳에서 공예주간 선정 프로그램 ‘다함께 차차茶 2021 : 차의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전시와 차회 등이 열리고 있다. ‘다함께 차차茶’는 한국 전통차 문화의 흔적을 탐방하기 위해, 생산자와 공예작가 등이 직접 찻잎을 따고 만들며 현대에 맞는 차 문화를 발굴해 나가는 프로젝트다. 

보던 전시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전시라고 할까. 직접 마셨던 다기들이 전시돼 신기했다.


작년 공예주간 사전행사로 열린 ‘다함께 차차茶’ 전시를 관람했는데, 올해 직접 차회(차 나누기)에 참여하는 건, 더 뜻깊었다. 이번 차회에서는 국화를 주제로 공예주간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다구(차 마시는 도구)를 사용해 진행됐다. 국화주와 국화차를 비롯한 평소 보기 힘든 몇몇 차와 다식을 맛보며, 차와 국화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신관 4층에 마련된 다실 몽재. 그늘을 즐기는 곳.


장소는 보안1942 신관 4층에 새로 생긴 차실(茶室) 몽재(夢齋)에서다. 몽재는 어지러운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의미다. 

앞 창문으로는 서촌이 보인다.


그늘을 즐기자는 취지처럼 검은 빛이 가득한 내부는 공예로 가득하다. 나무를 태워 만든 평상, 가리개, 장식 돌에 낀 이끼마저 공예작품이다. 창문으로 서촌이 보이고 지붕을 열면 인왕산, 북악산의 바람이 살랑 부는 곳. 그런 몽재에서 소규모 차회가 진행됐다. 통의동 보안여관 최성우 대표가 직접 차회를 이끌었다. 

황대국 국화, 본인의 의도대로 차를 따르며 꽃을 돌릴 수 있다.


“예전부터 국화는 땅에 뿌리를 내리는 태양이라고 했어요. 이른 봄에 뿌려 늦게 피는 게 국화거든요. 장수의 꽃이기도 하고, 끝이 더 아름다운 은군자, 은일지사(숨은 군자)라고 할까요. 배울 점이 많은 꽃이죠.” 

국화꽃을 하나씩 찻잔에 받아 음미했다. 이어 여러 차를 설명하며 시음했다. 일본에서 즐기던 녹차, 영국서 마셨던 홍차와 또 달랐다. 

다산 정약용과 이어진 강진 백운옥판차. 우리나라 첫 브랜드 녹차인 셈이다


차는 역사와 같이 한다. 일제강점기 한국 최초로 상업화된 차, 백운옥판차를 봤다. 흥미롭게도 이 차는 다산 정약용과 관련이 있었다. 다산은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제자들과 야생찻잎을 따서 차를 만들며 마음을 달랬다. 훗날 서울로 돌아가게 된 다산에게 강진의 제자들은 공부한 글과 직접 만든 차를 보내기로 약속한다. 이 약속은 아름답게도 100년 넘게 이어졌고, 이후 일제강점기 우리 차를 지키기 위해 상표로 만들게 됐다.

공예주간 참여 작가들의 다기와 특별한 차를 나누는 차회에 참여했다.


이어 30년 발효한 차, 10년을 숙성한 차 등을 따르자, 맑고 그윽한 향이 실내에 퍼지며 전신을 에워쌌다. 참여한 공예가의 작품에 차를 마시니, 어지러웠던 마음이 씻겨 내린 듯했다.

참여자가 다기 사진을 찍고 있다.


“이 차는 맛있어서 놀라실 텐데요. 어떤 향이 나지요?”

맛과 향에 놀란 건, 보이생차인 이무 고차수였다. 차에 복숭아 향이 은은하게 감돌아 상큼했다. 좀 지나 잎을 따면 저절로 배 향이 감돈다고 했다. 또한 지역 흙에 따라 달라지는 도예의 색감, 커피 가루를 넣어 표면을 울퉁불퉁 표현하거나 구운 방식을 달리해 오히려 멋을 준 다기들에 정감이 어렸고 같은 도예가 다 같지 않는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됐다. 

장작에 바로 넣어 구워 만든 다기 등 여러 다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차는 여러 맛을 담고 있다. 우릴수록 색도 짙어지고 맛도 달라진다. 몇 번째 우렸을 때가 가장 좋은지는 차마다 다르다. 우리 또한 같지 않을까. 

내 위시리스트에 또 하나, 차를 만들어 보겠다는 항목을 추가할 생각이다. 찻잔 속 환한 달 같이 만개한 국화를 떠올리며.  

[전시]

보안여관에 전시된 공예품들.


차회를 마치고 구관에 들려 전시를 감상했다. 역사적 흔적이 남아 낡은 보안여관에 놓인 새 공예가 주는 느낌은 오묘했다. 다산 정약용이 자주 했다는 국화 그림자 놀이도 체험해볼 수 있다. 조선과 현재라는 시간의 차이를 넘는 자연이 더 위대해 보였다. 

다산 정약용이 집마당에서 기른 18종의 국화를 재현했다. 50만년 전부터 있었던 꽃, 국화.


뒷마당에는 가지각색의 국화를 놓아 가을 색을 짙게 물들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차회에서 사용했던 다기가 전시돼 있어, 한층 깊어진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온라인] 

온라인으로 떠난 공예 여행, 우드카빙.(출처=2021 공예주간 온라인 전시관)


마지막, 온라인을 통한 공예 여행을 할까 생각했다. 온라인 전시관은 도예, 나무, 금속 등 분류를 자세히 해놔 찾기 쉽게 돼있다. 한지 꽃도 만들고 싶었으나 요즘 부쩍 나무 향과 결이 끌려 우드카빙, ‘쿡사컵 만들기’를 보기로 했다. 

쿡사컵은 스칸디나비아 토착 주민이 한번 만들면 평생 사용하는 나무컵이라고 한다. 자작나무에서 나무컵이 되는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5분 만에 보여줬다. 요즘은 장비 대여하는 곳도 많으니, 일생의 컵을 한번 만들어 볼까. 

2021 공예주간 리플렛을 들고 찾은 전시 ‘다함께 차차차 2021 : 차의 풍경’.


진짜는 지금부터다. 공예주간 후반부에 더 많은 공예 프로그램이 있다. 또 장소에 따라 공예주간(~10일)이 지나도 하는 곳이 있으니 잘 확인하면 좋겠다. 

올 공예주간이 준 느낌이 이 한장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깜깜한 밤 아래, 환한 달이 떠 올랐다.


만물이 알차게 맺는 가을. 대면, 혹은 비대면을 통해 잘 익은 공예의 정취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나는 8일 간단한 도예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그래서 아직 올가을 나의 공예 여행길은 끝나지 않았다. 내가 이번 여행 도중에 받은 공예의 느낌은 은은한 가을 향이었다. 

공예주간 누리집 : https://www.kcdf.kr/craftweek/main/main.do
공예주간 온라인 전시관 : www.koreacraftweek.com
공예정원(공예주간 전품목 10% 할인) : https://www.kcdfshop.kr/board/view.php?&bdId=notice&sno=91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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