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와이드] '꾼들의 전쟁' 된 가을의 고전
[이창섭의 MLB 와이드]
마지막까지 대혼전이었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마감됐다. 이제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가을의 고전’ 포스트시즌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치러졌으나 포스트시즌에는 16개 팀이 참가하면서 확대 편성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이전 체제로 돌아갔다. 리그별로 5팀이 올라간다. 와일드카드 경기 역시 3전 2선승제 시리즈에서 단판 승부로 치러진다. 참고로 포스트시즌 때는 연장전 승부치기가 적용되지 않는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꾼들의 대결’이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승리한 뉴욕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27회)을 자랑한다. 월드시리즈 진출 40회 역시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기록이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위의 엘에이(LA) 다저스도 월드시리즈 단골손님(21회)이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양키스 다음으로 우승을 많이 차지한 팀(11회)이다. 다저스를 따돌리고 내셔널리그 1위에 오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1세기 들어 세 번의 우승 경력(2010년, 2012년, 2014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최다 우승(2004년, 2007년, 2013년, 2018년)을 해낸 보스턴 레드삭스도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막차를 탔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밀워키 브루어스는 아직 우승이 없지만, 나머지 8개 팀이 합작한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는 무려 69회에 달한다.
다저스의 9년 연속 지구 우승은 좌절됐다. 같은 지구에 속한 샌프란시스코가 107승을 거두는 바람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억울한 지구 2위 팀이 됐다. 정규시즌 106승을 올리고 지구 2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은 다저스가 처음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왕좌에 오른 다저스는 올해도 유력한 우승 후보다. 하지만 한 경기 만에 탈락할 수도 있다. 심지어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상대하는 세인트루이스는 다저스에 매우 부담스러운 상대다. 다저스는 그동안 세인트루이스와 총 5차례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치렀는데, 2009년 디비전시리즈(3승)를 제외하면 모두 패했다. 끈끈한 경기력으로 ‘가을 좀비’라는 별명이 붙은 세인트루이스는 9월 17연승을 질주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린 상태다.
포스트시즌 출발을 알리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기도 강력한 맞대결이 성사됐다. 양키스와 보스턴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맞수다. 두 팀이 물러설 곳이 없는 단판 승부에서 격돌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젯거리다. 2018년 디비전시리즈는 보스턴이 다소 싱겁게 승리(3승1패)했지만, 7차전까지 갔던 2003년, 2004년 챔피언십시리즈는 아직도 명승부로 회자하고 있다. 한 경기로 판가름이 나는 만큼 시리즈 최종전의 열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각 소속 지구 1위를 차지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난다. 두 팀은 명장 토니 라루사(77)와 더스티 베이커(72)의 지략 대결로 압축된다. 이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라루사는 사령탑 복귀 첫해부터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지난해부터 휴스턴을 지휘한 베이커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나들이에 나선다. 라루사가 세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반면, 베이커는 아직 우승의 한을 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베이커는 항상 ‘정규시즌용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라루사가 또 다른 신화를 작성할지, 베이커가 이번에는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또한 두 노장이 입지가 좁아진 올드 스쿨 감독들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포스트시즌은 항상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불러왔다. 2019년 워싱턴은 헤라르도 파라가 ‘아기 상어’ 열풍을 일으켰고, 지난해 탬파베이는 랜디 아로사레나가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다. 현지에서는 팀마다 폭발할 수 있는 후보들을 선정했는데, 애덤 웨인라이트와 야디에르 몰리나(이상 세인트루이스),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저스틴 터너(다저스) 같은 기존 베테랑들이 관록을 보일지도 지켜봐야 한다.
한편, 한국 선수 중에서는김광현(세인트루이스)과 최지만(탬파베이)이 2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을 예정이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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