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중 갈등 진정시키려 고군분투 중"-FT

최서윤 기자 2021. 10. 5. 15: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맹 규합 통해 중국 대응하려는 바이든 전략에 난감해진 한국
전문가"대선 결과에 향방 갈린다", "이미 미국 편 선 것" 분분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맹을 규합해 중국에 대응하는 안보 전략을 펴면서,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되 경제와 한반도 정책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는 한국의 외교가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관측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맹을 규합해 중국에 대응하는 안보 전략을 펴면서,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되 경제와 한반도 정책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는 한국의 외교가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같은 한국 외교의 향방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는 관측했다. 다만 한국이 미국의 패권 역량을 의심할 뿐, 이미 미국 편에 섰다는 의견도 있었다.

5일 FT는 "미국이 대(對)중국 동맹을 강화하자 한국이 이를 주시하면서 미·중 갈등을 진정시키려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의 오랜 동맹이자, 중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온 한국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직접적인 예로, FT는 오커스 출범과 첫 쿼드 대면 정상회의를 들었다. 지난달 미국·영국·호주가 출범시킨 안보 동맹 오커스나, 미·일·호주·인도 쿼드 정상회의는 아시아 동맹을 규합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결단을 보여줬지만, 한국은 이 같은 이니셔티브가 최대 경제협력국이자 분단된 한반도 안보의 강력한 이해 당사자인 중국의 반발을 살까 피하고 있다고 봤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의 주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이 복잡한 연합 전선에 함께하고 있는데, 한국은 무도회에 선 수줍은 소녀 같다"면서 "호주인들이 무대에 섰다면, 한국인들은 술잔만 잡고 앉아있다(sitting by the punch bowl)"고 꼬집었다.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상주 병력은 2만6400여 명으로,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크고,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해도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고 FT는 설명했다.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인공지능 같은 한국의 제조업 근육과 역량은 튼튼해서, 차세대 기술과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서방 정책 입안자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높은 대미 안보 의존도와 경제 관계 강화 기회에도 한국이 주저하는 배경으로는, 2016년 사드 배치 당시 중국으로부터 당한 '비공식' 경제 봉쇄 경험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철군 위협을 꼽았다.

국방부 관료 출신인 반 잭슨 뉴질랜드 빅토리아 웰링턴대 교수는 "역사적 맥락을 감안하면, 한국이 중국의 분노를 자극하길 꺼리는 것은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9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 발족을 발표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김현욱 한국 국립외교원 교수는 FT에 "큰 변화는 바이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는 중국과 대립하려 하지 않았고, 트럼프는 중국과 대립하면서도 동맹국의 참여는 신경쓰지 않았는데, 바이든은 중국와 대립하려 하면서도 동맹국들의 관여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국방비 증강(2750억 달러 규모 국방 현대화 프로그램) 관련 논쟁은 한국의 전략적 방향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보여준다고 FT는 관측했다.

해군 함대 개발과 서방 동맹과의 합동 군사 훈련 참여 의지는 역내 안보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 열망을 나타내지만, 이는 미국의 (한반도) 포기에 대한 두려움과, (미국과 규합해 중국에 대응하려는) 일본의 장기적 의도에 기반한 것이라는 게 국방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싱가포르 국제전략연구소의 이안 그레이엄 박사는 "한국은 쇠퇴하는 미국이 동맹들로부터 이익을 최대로 얻어내려는 상황을 대비(헤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그들의 대단한 능력과 최고의 기술을 발전 시키면서도, 중국이 나서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한, 미국의 대중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미국은 이에 실망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S 폴 최 스트랫웨이즈 그룹 설립자는 "한국이 '로키'(low-key)식 절제된 양자 외교를 선호하는 것을 두고 미국의 목표와 어긋난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면서 "지난 5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이 나름대로 쿼드와 유사한 목표를 추구하려는 의지를 시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보건 안보, 5G·6G 기술, 공급망 회복 등과 관련힌 한미 관계의 새로운 어젠다는 쿼드 어젠다를 반영한다"면서 "한국이 쿼드에 가입하면 뭐가 달라지느냐, 멤버십 카드(를 얻는 것이 중요하냐)"냐고 되물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 대기업들은 잇달아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부문에서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회담에서 웃으며 자리로 향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빅터 차 한국석좌는 "한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취할지는 내년 대선에 달려있다"고 했다. (좌파인) 여당은 중국에 덜 강경하고, 일본과 힘든 관계를 유지하면서, 쿼드나 다른 동맹에 참여하길 원치 않지만, (우파인) 야당은 중국에 더 강경하고 쿼드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더 면밀히 협력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결과는 한국과 미국 모두에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현욱 교수는 이미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당시 아주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와 같은 어떤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을 선택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국의 패권 역량을 상당히 의심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래, 같이 가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일이 잘못돼도 정말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sab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