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의 수치' 에티오피아 총리 5년 연임.."사후 수상해야" 주장도

윤기은 기자 2021. 10. 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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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가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4일(현지시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방탄 유리 뒤에 서서 연설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AP연합뉴스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민간인 약 50만명이 사는 지역에 발포 명령을 내리며 내전을 일으킨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의 5년 연임이 확정됐다. 이미 1년 가까이 이어진 아비 정부와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간의 내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티오피아 매체 아디스스탠더드는 4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의회가 아비 아머드 알리를 에티오피아의 총리로 재선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2018년부터 에티오피아 총리를 지내온 아비 총리는 향후 5년간 총리직에 연임한다. 아비 총리는 이날 수도 아디스아바바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선서를 하며 “국민이 나에게 부여한 책임을 헌법에 따라 책임감있게 수행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아비 총리는 지난 6월 열린 에티오피아 총선 결과 집권여당 번영당이 과반을 확보하면서 재임할 수 있게 됐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내전지역인 티그라이를 비롯해 111개 선거구에서 투표가 미뤄졌지만, 의회 547석 중 번영당이 최소 410석을 확보했다. 주요 야당인 암하라민족운동은 최소 5석, 사회정의당은 최소 4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암하라민족운동, 사회정의당 등 야당 측은 정부가 선거 당일 야당 인사가 투표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총리가 사임한 이후 취임한 아비 총리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전쟁을 종결시킨 공적을 인정받아 201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TPLF가 총선 연기에 반대하며 자신에게 등을 돌리자 내란 명목으로 내전을 시작했다. 민간이 50만명이 거주하는 메켈레 지역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 티그라이 내전으로 인해 집계 기관에 따라 민간인 수천~수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엔은 내전으로 인해 최소 200만명이 실향민 신세가 됐으며, 40만명 이상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난 8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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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총리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안하무인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비 내각은 지난달 30일 티그라이 지역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유엔 고위 관계자 7명에 대해 내정간섭을 하고 보안법을 위반했다며 추방 명령을 내렸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에티오피아 내전 관련자들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에티오피아 정부를 압박했지만 아비 총리는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비 총리의 취임으로 내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TPLF는 자신들을 독립 정부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비 내각은 이들을 테러단체로 규정하며 독립 요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에티오피아 분석가 윌리엄 데이비슨은 “새 정부가 들어서야만 정부와 티그라이군 사이 갈등에 대한 접근 방식이 변할 수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아비 총리처럼 노벨상을 받고도 반인권적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사후에 인물을 평가한 뒤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노벨상을 수여하는 노벨재단은 살아있는 사람이나 현존하는 단체에게만 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1991년 민주화 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받은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이 2016년 로힝야족 학살에 가담했다는 사실과, 201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이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이들에 대한 수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노벨재단은 이러한 논란이 생길 때마다 “수상 이전의 공적만 평가한다”며 수상을 철회하지 않았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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