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보장 취약한 플랫폼 노동자들, 공동 대응 나선다
[경향신문]
플랫폼노동자들과 시민단체가 모여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국회에 상정된 ‘플랫폼종사자법’이 오히려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웹툰 작가, 택시 기사 등 플랫폼노동 당사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권리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산발적으로 플랫폼의 문제를 지적하던 노동자들이 플랫폼노동자에게 노동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 것이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노동자가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법은 플랫폼노동자를 ‘플랫폼종사자’라 지칭한다. 또 “노동관계법에 해당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관계법을 우선 적용하고, 이 법이 유리한 경우 이 법을 적용한다”는 ‘유리의 원칙’도 포함했다. 플랫폼 종사자가 요청할 경우 알고리즘 같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노무의 배정 및 보수, 온라인 플랫폼 이용 수수료 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사항’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플랫폼노동자들은 이 법이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제3지대’를 만든다고 비판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를 노동자로 부르는 대신 ‘플랫폼 종사자’라고 불러 노동법 적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노동관계법이 더 유리할 경우 해당 법을 적용한다는 ‘유리의 원칙’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범유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유리의 원칙을 주장하려면 근로자가 직접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되기 위해 기나긴 소송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경우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종사자법이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에 해당할 경우 알고리즘 등을 종사자에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 배달 플랫폼 업체는 자신들이 고용한 관리자가 노동자의 근태를 관리하고 근무지를 정해주며 업무 지시를 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근로자성이 문제가 되자, 관리자의 일을 알고리즘으로 대체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에) 알고리즘을 공개해라, (라이더들이)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라고 하면 플랫폼 기업은 기업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플랫폼종사자법이 이런 플랫폼 기업들의 주장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노동자로부터 노동법을 빼앗고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해롭고 위험한 법”이라며 “플랫폼 노동에 노동법을 적용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 논의를 시급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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