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은 군 부조리 외쳤다.. 무시한 건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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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지난해 조직문화 진단을 위해 수행한 연구용역에 2차 가해, 조직적 침묵·은폐 등 최근 군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연구는 개방형 토론 및 심층인터뷰, 초점집단면접 등을 통해 해군 조직문화 진단결과를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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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5일 국방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2020년 12월에 수행한 ‘계층별 조직문화 진단 및 혁신 프로그램 연구」 용역 보고서를 통해 부조리한 해군 조직문화에 대한 실태를 파악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
해당 연구는 개방형 토론 및 심층인터뷰, 초점집단면접 등을 통해 해군 조직문화 진단결과를 도출했다. 설문조사 대상자 중에서 밀레니얼 세대(84년생 이후)가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해군 장병들은 실제 인터뷰를 통해 부조리한 해군 조직문화를 전했다.
이들은 “상급자와 상담한 고민 및 업무 내용이 다른 동료 및 선배들에게 알려지고 있어 상급자에게 조언을 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부대 사건 및 사고와 관련해 지휘계층의 무의식적인 사건 경위 파악이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신고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라떼는 말이야’ 식의 지휘관, 상급자들의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상명하복 문화도 뿌리깊게 박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병들은 조직문화 소통 방식의 변화를 요구했고, 함정에서 근무 시 지휘관과 부서장 간 정서적 이질감이 형성되어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지휘관이 옛날 방식을 고집해 밀레니얼 세대 장병들과 40~50대 상사간의 성격, 환경, 마인드의 괴리감으로 단합이 저하되고 있고, 전투력 손실 발생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임무 중 가족이 상을 당해도 휴가 일수 규정을 찾는 비인간적인 모습에 상처를 받았고, 상급자를 믿고 의지할 수 없으며 리더라는 자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근무평정, 진급, 상여금 등 업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나눠먹기 식으로 지급되고 있어 의욕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회의감에 빠진 초급 간부들의 조기 전역이 잦아지며 인력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부서단위 업무시 역할, 업무 절차 및 지원 체계, 목표관리체계 등에 있어 하급자에게 편중된 업무와 업무방식으로 인해 능률과 기대치가 저하되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항상 업무를 할 때마다 왜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등 업무 동기와 관련해 경험하는 좌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함정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고충이 많이 담겨있다. 병사들이 함정근무 지원을 기피함에 따라 최근 전방 전투함의 상병·병장 숙련병 비율이 31.5% 수준으로 적정 구성비 65%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함정근무병 전투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해군 안전사고 중 사망자 또는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물적 피해액이 1000만원 이상인 사고 중 함정사고가 31%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주로 일·이병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실태를 확인했음에도 해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연구에서 ‘해군조직문화 진단은 지휘관과 관리자들이 조직문화 관리와 문화 혁신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실시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연구용역은 함대 지휘관들에게는 배포도 되지 않았다가 뒤늦게야 해군 전 부대에 해당 연구용역이 배포됐다.
기동민 의원은 “불과 1년 전에 해군은 조직문화진단을 통해 부대 내 악습과 장병들의 고충을 파악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라도 연구를 통해 드러난 실태를 기반으로 해군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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