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숙 USGTF 프로의 인성 교습법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속초터미널에서 고성 방향으로 10여분 가면 공기좋은 들판에 폭 40미터, 길이 200미터의 잔디 연습 공간이 나온다. 그물망도 없는 자연에서 선수들이 샷 연습을 하는 이곳은 이상숙(54)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 프로가 한국프로골프(KPGA) 허세황(58) 프로와 함께 10년째 운영하는 골프사관재능발굴아카데미다.
1998년에 골프를 처음 시작한 이상숙 프로는 처음부터 골프의 매력에 쏙 빠졌다. 연습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 실력도 금방 늘었고 골프를 평생 가까이 하고 싶어서 교습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2003년 USGTF-KOREA 테스트를 봐서 프로 자격을 얻었다. 골프를 가르쳐보니 적성에 맞았다.
하지만 좁은 타석에서 맹목적으로 샷만 날리는 연습장보다는 자연 속에서 다양한 샷을 연습하는 레슨 환경을 동경했다. 2003년말 중국으로 옮겨 천진 인터내셔널골프클럽의 아카데미에 주니어 선생님으로 2년간 지내기도 했다.
2년 동안 중국에서 지도 경력을 쌓으면서 더 좋은 환경을 궁리하던 끝에 찾은 곳은 뉴질랜드였다. 뉴질랜드는 인구가 450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지만 천연의 골프 환경을 갖춘 곳이다. 그들은 2005년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국제공항이 있는 오클랜드에 정착했다. 거기서 5년여를 지내면서 골프와 영어를 함께 가르치는 유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오클랜드의 중학교 격인 블록하우스베이스쿨에 골프 선생으로 수업을 지도하기도 했다. 허 프로와 함께 이 학교의 지역 대회 우승컵을 안겨주기도 했다.
당시 인연을 맺은 이가 2004년 11살 나이에 골프를 시작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강소율(전 강율빈)이다. 뉴질랜드에 아카데미를 개설한 이듬해 골프 유학을 가 3년을 지냈다. 강소율은 지난해 KLPGA 1부 투어를 뛰었으나 올해는 2부 투어 무대로 내려가 있다.
2010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속초에 아카데미를 열었다. 그런데 뉴질랜드의 자연환경에서 연습하고 레슨하던 경험을 한 터라 마음은 도심보다는 농촌의 한적하면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그러다 2016년에 현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공기 좋은 자연에서 연습하는 환경은 마치 뉴질랜드 같았다. 근처에 있는 9홀 퍼블릭 영랑호 골프장과 27홀 파인리즈 골프장을 이용하면서 실전 라운드 감을 키우기에도 좋았다.
이 원장은 건물숲을 이룬 도시에서 지내면서 기계처럼 연습만 하는 곳을 지양하고 골프의 대안학교를 생각했다. 주니어와 학생들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아카데미로 키우면서 골프에 대한 꿈을 가지게 하고 싶어 아카데미 이름 앞에 ‘골프사관재능발굴’이라고 붙였다. “아이들하고 지내다보니 우리만의 열정으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 하지만 아이의 순수함 속에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데 그걸 꺼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재능발굴이라고 지었다.”
2년 전 4월의 일이다. 대회를 치르느라 전라도 골프장에 가 있었는데 고성 산불이 났다. 집에 돌아오니 연습장과 집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두 채는 전소되었고 한 채는 그 와중에도 살아남았다. 삶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이 있었으나 일어나서 타다 남은 제품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철조망 역할을 하던 소나무숲이 타고 없어지면서 드라이버샷을 하기에는 레인지가 좀 짧아졌다.
상황이 바뀌어도 가르치는 일은 멈출 수 없었다. 이상숙 프로의 철학은 ‘성실함과 진실성을 가지고 가르치는 것’이다. 한 학생이 들어오면 보통 수년간은 함께 지낸다. 지금 있는 학생 한 명은 9년째 함께 지내고 있으며 이제 KPGA 정회원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역할은 나뉜다. 남자 선수들의 기술적인 면은 허 프로가 맡고, 이 원장은 전인 교육과 심리, 필드 레슨, 연습하는 올바른 습관 등을 맡았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을 가르쳐보면 참고 견디는 게 중요하다. 힘든 걸 참아내야 한다. 우리 아카데미 학생 중에 부모의 불화로 인해 골프를 시작한 선수가 있다. 처음에 산만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반듯하게 변하고 남을 배려하는 선수로 잘 커나가는 것을 보면서 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지난해 USGTF 본부에서 연락이 와 자신이 하고 있는 아카데미와 골프 교습 철학을 얘기했더니 그해 말에 ‘10대 지도자에 선정되었다’고 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라는 신의 계시인 듯했다.”
재능발굴 아카데미는 ‘골프는 기술보다 마음으로 하는 운동이다’를 원훈으로 삼고 있다. 매사에 마음가짐을 중시하는 이 프로의 철학 때문이다. 골퍼의 마음은 착하고 순수해야 한다. 성장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인성이 중요하다.
이 프로가 블로그를 통해 아카데미 일상을 올렸더니 그걸 용케도 알고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골프를 맡겼고, 잘못 배운 골프에 지친 아마추어는 다시 의욕을 불태우기도 했다. 주니어 말고 일반 아마추어 레슨은 이곳에서 먼저 샷을 가다듬고 이후에 필드 레슨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로나 이후에는 골프가 붐을 이루면서 일반 아마추어 클래스도 운영한다. 블로그나 혹은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자연 연습장에서 샷을 가다듬고 필드레슨을 하는데 한 번 이용한 이들은 친구를 소개하면서 꾸준히 연결된다고 한다.
이 프로가 가진 골프에 대한 철학에서 아카데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짐작되었다. “골프는 샷 기술만으로 되는 운동이 아닙니다.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룰을 제대로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정신까지 키우는 수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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