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정책 죄송하다는 청와대 말이 진심이려면

고성민 기자 2021. 10.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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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 탓 안 하고 죄송하다고 인정하는 걸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정부는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애꿎은 '범인 찾기'만 한다는 답답함이 퍼져나간 지난 수년과 비교하면 정부가 드디어 현실 인식을 되찾은 것처럼 느껴지는 발언이다.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자화자찬하며 억지 논리를 폈던 것과 비교하면, 정부가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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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 탓 안 하고 죄송하다고 인정하는 걸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정부가 드디어 달라진 걸까. 정부는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너무나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고,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국민들이 많은 상처 입으신 데 대해 거듭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애꿎은 ‘범인 찾기’만 한다는 답답함이 퍼져나간 지난 수년과 비교하면 정부가 드디어 현실 인식을 되찾은 것처럼 느껴지는 발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가짜뉴스에 가까운 망언을 계속했다. “성공이다, 실패다, 이렇게 얘기하기엔 매우 복합적인 내용. 한국적인 현상만은 아니다”(2021년 4월,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박근혜 정부 때 부양책으로 ‘전세 얻을 돈이면 대출받아서 집을 사라’며 내몰다시피 해서, 집값이 올라가는 결과를 이 정부가 안게 됐다”(2020년 10월,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은) 한국감정원 통계로 11% 정도 올랐다”(2020년 7월, 김현미 국토부장관), “과거 ‘미친 전월세’라는 얘기를 했는데, 지금 우리 정부에서 안정돼 있지 않나”(2019년 11월, 문재인 대통령) 등이다.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자화자찬하며 억지 논리를 폈던 것과 비교하면, 정부가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일이다. 시장에서 ‘남 탓 없이 인정하는 걸 처음 봤다’며 어느 정도 다행스럽게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사과에 진정성이 담겨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사과문의 정석은 잘못을 구체적으로 고백하고, 인정하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재발 방지 대책에 물음표가 붙는다. 투기 차단과 불로소득 봉쇄, 공공 역할 확대 등 현 정부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고 ‘더 강력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실패라고 평가한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출발점에서부터 되돌아보길 바란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덜 강력해서 시장에서 작동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반(反)시장적이라 제대로 먹히지 않고 부작용이 난 것이다. 공급이 충분하다며 투기꾼 잡다가 때를 놓치고, 임차인 지키겠다며 임대차법을 강행해 전셋값을 폭등시키는 역효과를 냈다. ‘집 좀 사지 말라’며 2030을 윽박지르고 대출을 막았지만 집값을 막긴커녕 피해자만 만들었다. 정부의 사과가 정말로 진정성 있게 들리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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