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측근의 정치학

기자 2021. 10. 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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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 시대에는 '가신(家臣) 정치'가 주류였다.

동교동계, 상도동계로 상징되는 가신 정치는 전근대적인 정치풍토에다 독재 정치가 낳은 산물이다.

이후부터는 가신보다는 '측근(側近) 정치'가 대세가 됐다.

측근들은 보스가 직접 하지 못하는 정치자금 마련, 사적인 문제 해결 등을 대신했고 이 때문에 사법 처리되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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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3김 시대에는 ‘가신(家臣) 정치’가 주류였다. 동교동계, 상도동계로 상징되는 가신 정치는 전근대적인 정치풍토에다 독재 정치가 낳은 산물이다. 정당보다는 정치 보스의 집을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지다 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동교동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상도동이 아예 계파 이름이 돼 버렸다. 동교동계는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남궁진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인데 마지막 세대인 설훈 의원이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 중이다. 상도동계는 고 김동영·서석재 전 장관, 최형우·김덕룡 전 의원이 있고, 막내인 김무성 전 의원이 이젠 정치 일선을 떠나는 바람에 현역 국회의원의 맥이 끊겼다. 가신 정치에서는 보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운명공동체 같은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이후부터는 가신보다는 ‘측근(側近) 정치’가 대세가 됐다. 가신보다는 주종(主從) 관계가 약하고, 끈끈함도 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은 자타가 공인하듯 ‘좌 희정, 우 광재’.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광재 의원인데 노 전 대통령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했던 인연으로 측근이 됐다. 측근들은 보스가 직접 하지 못하는 정치자금 마련, 사적인 문제 해결 등을 대신했고 이 때문에 사법 처리되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은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이재오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등이다. 이들 중 이 전 의원을 빼놓고는 모두 구속됐고, 지금은 이 전 대통령 본인이 영어의 몸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겐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등 소위 ‘문고리 3인방’이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성남시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사로 3일 배임·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하는 데 대해 극구 부인했다. 이 지사는 3일 “사전에 나온 개념도 아니고, 측근 그룹은 아니다. 거기에 못 낀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지사 변호사 시절 사무장을 한 정진상 대선캠프 비서실 부실장과 함께 유 씨는 ‘좌진상 우동규’라고 할 정도로 측근으로 분류된다. 유 씨를 ‘이 지사의 복심이자 최측근’이라고 쓴 기사를 이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다. 유 씨를 ‘손절’하겠다는 것인데, 측근이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아닌 것으로 되돌리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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