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자신감이 필요하다면

2021. 10. 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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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장은“셰프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존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데이비드 장이 출연한 넷플릭스 다큐‘어글리 딜리셔스’중 한 장면. /넷플릭스

2016년 부터 1년간 뉴욕에 살았었는데, 당시에 ‘모모푸쿠(momofuku)’는 핫한 식당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름만 듣고 당연히 일본계 식당이라 생각했습니다. 한식 퓨전을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왜 일본 식당에서 한식을?’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창업자인 셰프 데이비드 장(44)이 한국계라는 건 이번에 나온 책 ‘인생의 맛, 모모푸쿠’를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인생의 맛 모모푸쿠

‘요식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네 번이나 수상하고,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넷플릭스 ‘어글리 딜리셔스’ 등 각종 방송에 출연해 연예인 못지 않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셰프의 이야기라길래 당연히 화려한 성공기일 줄 알았습니다. 흔한 자기계발서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가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펼쳐놓는 인생의 ‘단짠’ 앞에 흠칫, 놀라고 말았죠.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으면서, 우울증 때문에 일 중독이 되었고. 여전히 우울증과 싸우는 중인 데이비드 장은 책에서 우울증 경험과 식당 운영 이야기를 뜨개질하듯 교차시켜 보여줍니다. 여러 구절에서 감정이입이 되어 읽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장이 출연한 넷플릭스 다큐 '어글리 딜리셔스'의 한 장면./넷플릭스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는 그에게 중요한 테마인데, 인생이란 신화 속 시지프스처럼 굴러떨어지는 바윗돌을 산 정상으로 밀어올리기를 반복하는 것이라 그렇다는군요. “겨울의 한복판에서 나는 마침내 내 안에 ‘불굴의 여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카뮈의 말이 절망 속에서 도움이 된다는 말에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김치찌개 몰래 먹던 그는 어떻게 美 ‘음식의 신’이 됐나

매주 책 읽고 서평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읽는 속도가 빠른 편이긴 한데 딱히 비법은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고, 그러다보니 많이 읽었고, 읽는 양에 비례해 속도가 차츰 붙었지요.

“책을 빨리 읽으려고 할 때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 외에 또 하나의 장애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머릿속으로 소리 내서 읽는 습관’이다. 문장을 소리내서 읽으면 그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 속독법 전문가 쓰노다 가즈마사의 ‘3X 독서법’(길벗)을 읽다가 이 구절에서 ‘나는 속독 축에도 들지 않겠구나’ 했습니다. 저는 머릿속으로 문장을 소리내 읽거든요. 저자는 “음성화하지 않고 문장을 보고 바로 이해하는 습관을 들이면 빨리 읽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볼 때 요리 이름을 일일이 ‘읽지’ 않고 보기만 해도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책 읽을 때도 그렇게 하라는 것이지요.

3X독서법/길벗

저자는 “‘보고 이해’하는 감각을 키우기 위한 교재로는 신문이 좋다”고 말합니다. 본 즉시 이해하기 힘든 건 한 번에 글자를 너무 많이 보기 때문인데, 단(段)이 나누어진 신문 기사는 각 행의 글자 수가 제한돼 있어 한 줄 단위로 보고 이해하는 습관을 들이기에 도움이 된다는군요.

번갯불에 콩 볶듯 읽으면 생각은 언제 하나, 싶은데 저자는 “일단 읽고 이후에 생각하라”고 합니다. 끝까지 훑어보고 머릿속에 남은 내용을 정리하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면 되는데, 이 때는 자판으로 입력하기보다 손으로 종이에 적는 편이 좋답니다. 그래도 ‘정독(精讀)’이 좋지 않나, 하는 이들에겐 힘주어 말하네요.

“완독과 다독을 하면 독서가 즐거워지고 자신감이 붙는다.”

연휴 끝나고 첫 출근일, 어쩐지 우울하지 않습니까? 자신감이 필요하다면, 일단 신문부터 읽어볼까요? 한 줄, 한 줄.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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