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사당 2027년 준공 예정.. 11개 상임위 등 2단계 나눠 이전
■ 10문10답 - ‘세종의사당 설치법안’ 9년만에 통과
운영위·정보위는 여의도에… “모두 옮겨야” vs “일부만” 의견 팽팽
2012년 국회 분원 첫 제기… 발의·폐기 이어져
여야, 올 예산안에 117억 편성하며 설치 급물살
인구 유입·상권 활성화로 경제효과만 8조 예상
여의도 의사당에는 과학·창업클러스터 등 조성
대법원·헌재 등도 분산 주장… 위헌 논란 커질듯
국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세종시에 국회 기능을 이전하는 법률안이 처음 발의된 지 9년 만으로,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신행정수도 공약으로부터 따지면 약 20년 만이다. 세종의사당을 설치하는 첫 물꼬는 텄으나 아직 이전할 국회 상임위원회와 기관이 결정되지 않는 등 완공까지 넘어야 할 고개는 적지 않다.
1. 세종의사당 어디에 언제, 어떤 규모로 건설하나
지난달 개정된 국회법은 세종의사당 설치 시기와 규모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개정안에는 △국회는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세종특별자치시에 국회 분원(分院)으로 세종의사당을 둔다 △세종의사당의 설치와 운영,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국회 규칙으로 정한다 등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만 담겼다. 세종시는 기본계획 수립과 설계 공모 등 각종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2027년쯤 준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준공까지 5∼6년이 소요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기일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세종의사당 부지는 이미 정부세종청사와 국책연구단지에서 1㎞ 떨어진 지점에 61만6000㎡ 규모로 마련돼 있다. 현재 여의도 국회 부지 면적(33만㎡)의 2배 크기다. 여야는 국회법 개정안에 “국회사무처는 2021년도 세종의사당 건립 설계비 예산을 활용해 세종의사당 건립에 관한 기본계획을 조속히 수립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2. 세종의사당 이전 상임위와 기관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4선 중진 우원식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을 발족해 세종의사당 이전 계획을 세웠다. 추진단은 같은 해 12월 2단계의 국회 이전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우선 1단계로 세종에 있는 정부 부처 소관 10개 상임위(정무·기획재정·교육·행정안전·문화체육관광·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환경노동·국토교통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1개 상임위를 옮기자고 주장했다. 여기에 국회사무처·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 일부도 함께 이전한다. 민주당은 2단계로 국회의사당 완전 이전을 추진하자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 의원이 적극적이다. 정 의원은 지난 4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상임위는 세종의사당에 두는 것으로 하되,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및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지 않은 부(部)를 소관하는 상임위는 서울의사당에 둘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예결위와 관련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국회예산정책처는 세종시에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행정의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상임위를 세종시에 몇 개 설치해 활동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국회를 몽땅 옮기는 건 찬성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별개로 국토연구원은 국회의 기능과 소속 부서, 기관별로 우선순위를 정한 뒤 5가지 이전 방안을 제시했다. 이중 정무위 등 10개 상임위와 예결위,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국회사무처 일부를 옮기는 방안이 가장 타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3.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어떻게 운영하고 부지 활용은
지난해 12월 민주당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은 국회의사당 부지를 4차 산업혁명 관련 과학 및 창업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를 동북아 금융 허브 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본청을 4차 산업 글로벌 아카데미 및 컨벤션 센터로, 의원회관은 창업과 투자가 만나는 벤처창업혁신센터로, 국회도서관은 데이터거래소로, 국회 앞마당은 전시장과 시민공원을 겸한 벤처파크로 만드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최근 서울 공약을 발표하며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할 경우, 국회의사당 부지를 청년 과학·창업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구상을 밝혔다. 서울 여의도를 지역구로 둔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국회를 바이오·핀테크 허브로 전면 전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본원이 서울에 남는다면 여의도 부지를 완전히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국회 이전 규모와 함께 국회 본원의 운영과 부지 활용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4. 세종의사당 예상 효과는
국토연구원과 세종시 등에 따르면 세종의사당 설치로 정부부처와 국회가 서로 떨어져 발생하는 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인구 유입과 상권 활성화 등으로 8조 원이 넘는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국회와 정부부처 간 거리가 줄어 사회적 비용 3조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의사당 상주 인원은 국회와 연관 산업 종사자 5000여 명에 더해 하루 평균 민원인 1500여 명의 방문이 예상된다. 여기에 각종 협회 등 이익단체의 세종 이전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세종의사당을 중심으로 이뤄질 광역 철도 기능 강화와 인근 청주공항 이용자가 증가하는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5. 행정부와 국회 분리로 인한 손실 규모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정 운영의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정부 부처들이 국회와의 업무를 상시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거리의 제약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공무원들의 잦은 국회 출장으로 정책의 질이 저하하는 등 많은 불편과 비효율이 발생해 왔다. 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세종시 소재 중앙부처 공무원의 관외출장비는 917억 원, 출장횟수는 86만9000회로 집계됐다. 여기에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국가균형 발전에 기여한다는 행정복합도시 설치 목표를 달성한다는 취지도 들어 있다.
6. 세종의사당 설치 논의 과정
국회 분원 설치는 2012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춘희 현 세종시장이 행정 비효율 해소를 위해 최초로 제안했다. 이후 19·20대 국회에서도 세종분원 설치 근거가 될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법안이 자동폐기되며 통과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세종분원 설치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속도를 냈다. 세종시 갑을 지역구로 둔 홍성국 의원이 지난해 6월 다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지난 4월에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법안을 추가 발의하는 등 세종분원 설치에 대한 여야 공감대도 이뤄냈다. 특히 지난해 12월 2021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는 당초 10억 원에 불과했던 국회 세종분원 관련 예산을 여야가 합의를 거쳐 117억 원으로 증액해 편성했다.
7. 청와대 이전 가능성
세종의사당과 함께 청와대도 세종시로 이전해 행정수도 완성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해 7월 민주당 교섭단체 연설에서 김태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며 “그렇게 했을 때 서울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종시가 수도권과 비교적 가깝다는 점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산 및 비용 문제도 걸림돌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무산됐다.
8. 대법원, 헌법재판소, 대검찰청, 서울대 이전 가능성
여권 내 일부 의원들은 검찰, 사법개혁을 위해 사법기관을 지방으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의원은 지난 7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각각 대구와 광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헌법재판소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또 대검찰청은 행정부의 외청인 만큼 세종시로 이전해 각 부처들과 함께 자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시 “대법원, 대검찰청을 비롯한 법원, 검찰의 주요 기관은 서울 서초동에 집중돼 있다”며 “비슷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소수가 서울 서초동에 모여 권력을 남용해 왔다”고 말했다. 국립대인 서울대도 KBS·EBS 등의 공영방송, IBK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함께 꾸준히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오세정 서울대총장은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 주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9. 국회 이전의 역사
현재의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국회의사당은 1975년 9월부터 46년째 사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국회는 제헌국회 당시 의사당이 위치했던 서울 종로구 중앙청부터 총 12차례 자리를 옮겨 현재의 여의도에 자리 잡았다. 국회가 거쳐 간 건물 중 대표적인 건물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포함해 4곳이 있다. 제헌국회 의사당이 자리 잡은 구(舊) 중앙청 건물은 1948년 5월∼1950년 6월, 1953년 9월∼1954년 5월 총 두 기간에 걸쳐 사용됐다. 6·25 전쟁 당시에는 국회도 경상도로 이전했다. 경남도청 무덕전에 1951년 6월부터 1953년 9월까지 임시의사당이 마련됐다. 6·25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환도하면서 국회도 다시 종로구 중앙청 자리로 옮겨졌다. 이후 현재 서울특별시 의회로 쓰이고 있는 서울 중구 태평로 건물로 자리를 이동해 1954년 6월부터 1961년 5월까지 자리했다.
10. ‘관습헌법’ 위헌 논란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면서 신행정수도 건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지만 ‘위헌 논란’의 걸림돌은 여전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고, 노무현정부에서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서울을 수도로 봐야 한다는 관습 헌법을 이유로 지난 2004년 위헌을 결정했다. 한국의 수도는 제정헌법 이전부터 서울이 인정받고 있는 만큼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위헌이란 판단이었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것은 위헌 논란에서 다소 벗어나 있지만,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예결위를 세종에서만 개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상임위 중심주의 원칙상 상임위가 서울이 아니라 세종에서 운영되는 것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2단계로 추진하는 것처럼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하려면 개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지난 2월 열린 공청회에서 임종훈 홍익대 법대 초빙교수는 “헌법을 개정해 국회와 정부를 전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 정도”라며 “개헌 없이 정부 부처 일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편법을 쓰다 보니 계속 편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손우성·윤명진·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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