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연락사무소 복구 쟁점은..남북 '비대면 통신' 길어질 듯
예산 문제 및 북한의 '사과'도 쟁점화 예상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남북이 관계개선을 위한 첫 걸음으로 지난해부터 중단됐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폭파'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복구까지는 아진 난제가 산적한 상태다.
지난 2018년 개성공단에 설치했던 연락사무소는 지난해 6월 북한이 폭파했다. 북한은 당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우리 당국이 막지 않는 것을 문제삼아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직접 '폭파'를 관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은 4층으로 된 사무소동 전체에 폭탄을 설치해 건물을 폭파했다. 연락사무소와 마주보던 15층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까지 반파될 정도로 큰 폭발이 있었다.
남북은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며 남북 간 공식 '정례 통신' 업무를 기존의 판문점에서 연락사무소로 이관했다. 남북의 인원이 한 건물에서 상주하는 연락사무소의 특성상 '비상시' 연락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또 연락사무소 자체를 민간과 당국을 아우른 남북 간 주요 회담장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번에 복구된 통신연락선도 연락사무소서 운영하던 선이다. 남북은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면서도 연락선 자체는 가동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 때문에 몇차례의 우여곡절에도 불구, 남북이 '대화'를 위해 설치한 연락사무소의 통신선 복구는 의미가 있다. 특히 북한은 이번 통신선의 복구를 김정은 총비서의 입으로 직접 대내외에 밝혀, 한동안 '단절' 조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복구에도 불구하고 연락사무소 본연의 기능을 온전히 복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선 남북이 지난해 1월 코로나19로 인해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던만큼, 코로나19 상황의 전면적인 진전 없이는 남북 인원이 모두 상주하는 기존의 연락사무소를 복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완전히 파괴돼 기능을 상실한 연락사무소를 복구하는 일도 큰 과제다.
북한은 지난해 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뒤 현장 조차 아직 복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인 폭파를 단행한만큼, 우리 측 시설의 회복 등을 위해 사후 복구에는 우리 측 인력의 참관이 필수다.
4층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고 사무실 기능이 있는 종합지원센터도 파괴돼 향후 연락사무소를 어디에 다시 설치해야 할지도 관건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5일 담화에서 연락사무소를 '재설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어떤 방식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2018년 개성 연락사무소가 개소할 때 들어간 100억 원이 넘는 우리 측의 예산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한 바 있다.
때문에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파괴된 건물을 복구하며 다시 우리 측 예산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제기될 것이 유력하다.
또 개성공단이 5년 넘게 가동을 멈춘 상황에서 개성의 기존 사무소 건물을 복구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 시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사과' 문제도 쟁점이다.
북한은 대북전단 문제를 빌미삼아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는데, 이는 다분히 일방적인 조치로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때문에 남북 합의에 따른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사무소의 재설치도 가능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러한 쟁점 때문에 남북의 공동연락사무소가 다시 대면 방식으로 복구될 때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남북이 기존의 연락사무소를 복구하기보다는 향후 대화 국면이 재개되면 '발전적' 소통 창구를 새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남북은 일단 과거 판문점을 통한 정례 통신 때와 마찬가지로 전화, 팩스를 통한 '비대면 소통'만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북한과의 본격적인 대화가 재개되기 전 까지는 이 같은 방식의 통신만 진행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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