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의 변(辨)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전 세계는 지금, '오징어 게임' 열풍이다. 그러나 열풍 하는 만큼 논란도 거세다. '오징어 게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이 작품의 열풍과 논란에 대해 답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은 해외에서는 많이 제작돼 왔던 데스 게임 장르물을 한국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공개 후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작품으로는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에 오르며 글로벌 흥행을 기록 중이다. 특히 작품에 등장한 달고나 게임이 해외 시청자들에게서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각종 SNS에 관련 게시물이 도배되고 있다.
작품의 시작과 끝을 만든 황동혁 감독은 이러한 흥행세를 예상했을까. 황동혁 감독은 "BTS가 빌보드 1위 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얼떨떨하다"라고 했다.
'오징어 게임'은 완벽히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다. 해외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예상 못했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게임의 난이도와 미술, 세트 등 해외 시청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구성했다. 특히 국내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자아낸 게임의 난이도는 황동혁 감독이 지난 2008년에 처음 구상했을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명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동혁 감독은 "아이들의 놀이 중에서도 규칙이 단순한 놀이들을 골랐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봐도 놀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구성했다"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즐겨했던 추억의 게임으로 생존을 건 데스 게임을 벌인다는 설정이 해외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황동혁 감독이 생각하는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황동혁 감독은 "게임이 심플하기 때문에 캐릭터들에 감정 이입하기가 좋지 않았나 싶다. 데스 게임 장르는 게임과 그걸 풀어가는 과정에 흥미를 가지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작품은 감정에 이입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끈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내 시청자들이 신파라고 생각한 캐릭터들의 서사도 해외 시청자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국내 시청자들에게 신파의 절정이라고 꼽히는 6회 '깐부' 에피소드는 해외 시청자들이 최고로 꼽는 회차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황동혁 감독은 제가 생각하는 신파는 스토리의 자연스러움을 해치며 눈물을 뽑기 위해 과장되게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제가 생각하는 기준으로는 신파가 아니다. 인간이 울어야 할 때는 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눈물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시청자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신경 썼다"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엔 독특한 미술과 세트장 비주얼이 한몫하기도 했다. 이는 황동혁 감독이 기획 단계부터 노린 부분이기도 하다. 황동혁 감독은 "비주얼적인 요소를 강화하려고 했다. 게임장 안 공간 디자인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눈을 붙잡을 수 있는 색감과 세트를 만들려고 했다"면서 "원래 이 대본을 썼을 때 네 번째 게임은 구슬치기가 아니고 동그란 딱지를 가지고 하는 게임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기 쉽겠지만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더 비주얼적으로 예쁜 게임을 찾다 보니 구슬 치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흥행만큼 작품을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들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특정 성에 대한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한미녀(김주령) 캐릭터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미녀가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덕수(허성태)에게 자신의 몸을 성적 도구로 이용하는 부분이 문제가 됏다. 이에 황동혁 감독은 "인간이 생존의 막바지로 몰렸을 때 나오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쓴 거지 성에 대한 비하로 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덕수의 유관순 열사 폄하 대사 논란에 대해서도 "덕수라는 캐릭터가 밑바닥에 있는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쓴 장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 전부터 '라이어 게임' '신이 말하는 대로' '도박의 묵시록 카이지' '신이 말하는 대로' 등 같은 장르의 작품들과 유사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황동혁 감독은 "'라이어 게임', '배틀로얄', '도박의 묵시록' 팬이었다. 이 작품에 그 작품들이 영향을 준 게 맞다"고 말하면서도 '오징어 게임'만의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동혁 감독은 이에 대해 "데드 게임을 다룬 다른 작품을 보면 게임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살벌하게 이뤄져 있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의 게임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이 게임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의 변화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게임보다는 사람에 집중한 작품이다"라고 했다.
또한 황동혁 감독은 주인공들도 다른 작품들과 차별점을 뒀다고 했다. 보통의 데스 게임 장르에서 주인공이 대부분 비상한 능력으로 게임을 해결해나가는 영웅 서사인 것에 비해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기훈(이정재)은 이와 거리가 먼 인물이다. 이 부분을 두고 데스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주인공 중 멋진 사람이 없다. 심지어 끝까지 살아남는 기훈이라는 인물조차 별다른 능력이 없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루저인 셈이다. 위너가 없는 루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경쟁 사회에서 기억해야 하는 건 루저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수많은 루저들을 기억해달라고 만든 작품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은 루저들의 게임이라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 다르다"라고 했다.
열린 결말로 끝을 맺은 만큼 시즌2 제작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기록적인 흥행세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시즌2를 향한 시청자들의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시즌2에 대한 것은 바로 할 거라고 말씀드리기도, 안 한다고 말씀드리기도 뭐하다"라고 말했다.
황동혁 감독은 열린 결말로 끝을 맺은 것에 대해 "열린 결말이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 우리를 경쟁으로 내몰고 잇는 시스템과 권력자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엔딩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라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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