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가 아닌 함께 나아가는 법을 배워보세요

칼럼니스트 정효진 2021. 10.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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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아이의 자발적 행동 기다려주기

'빨리빨리'. 한국인의 급한 성미를 상징하는 단어이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아이에게 많이 하는 말이 '빨리빨리'이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울지 말고 빨리 따라와', '왔어? 빨리 씻어야지', '빨리 일어나', '빨리해. 몇 번이나 말을 해야 해' 등과 같이 재촉하는 표현을 한다.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곧바로'라는 뜻을 가진 '얼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얼른얼른 좀 해'라고 할 때도 있다. 이 같이 아이가 자발적으로 행동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못하고 빨리빨리를 외치면 아이의 자율적인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부모마저 불안감과 짜증만 증폭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행동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못하고 빨리빨리를 외치면 아이의 자율적인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베이비뉴스

첫째, 아이의 관점에서 시간 개념을 바라봐야 한다. 아이는 4살을 기점으로 시간 개념이 서서히 발달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시간을 계산할 때는 추상적인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은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이다. 따라서 취학 전 아이의 시간 개념은 어른만큼 정확하지 않다. 예컨대, 어린이집에 가야 할 준비를 서둘러야 하지만, 아이는 TV만 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꾸물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는 부모를 일부러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가 없다. 어린이집에 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TV 보는 것이 그냥 재미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는 주어진 시간 안에 어른처럼 알아서 척척 행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어른같이 행동하길 강요하지 않는다.

둘째, 재촉하기보다는 요구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말을 할 때 '빨리빨리'를 사용하면 보통 명령형의 문장이 만들어진다. 아이는 부모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빨리빨리 해'라고 재촉하기보다는 아이가 끝마쳐야 하는 시간을 정해 놓고 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행동을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밥을 안 먹고 유튜브 동영상만 보는 아이에게 '빨리빨리 밥 먹어'라고 하기보다는 '8시 30분까지는 밥 다 먹어야 해'라고 한다. 밥을 먹는 행동이 느려 답답하더라도 옆에서 재촉하지 않는다. 답답한 나머지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는 일이 발생하면, 부모는 부모대로 준비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부모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옷 갈아입는 동안 양치하고 있어', '신발 신고 있으면 마무리하고 나갈게' 등과 같이 미리 예고해 주는 것이 좋다.

셋째, 부모가 요구하는 바를 행동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일들을 설명한다. 아이는 시간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몇 시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미래에 벌어질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럴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어야 하지만,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그냥 빨리빨리 하라고 행동을 강요할 뿐이다. 물론 아이가 행동에 옮길 때까지 최대한 기다려 주는 것이 좋지만, 마냥 계속 기다려 줄 수 없기 때문에 미래에 발생할 일들에 대해 말해준다. 만약 8시 50분까지 무조건 집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미리 '시곗바늘이 여기까지 오면 무조건 집에서 나가야 돼'라고 말을 한다. 이때 아이가 '그때까지 옷도 다 입지 못하고, 밥도 다 못 먹었으면'이라고 한다면 '밥은 그만 먹어야 하고, 옷은 엄마가 들고 나갈 거야'라고 말해준다. 상황이 어떻게 되었든 정해진 약속대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빨리빨리'는 부모는 물론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뿐이다. '빨리빨리'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면서 늘 서둘러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아이와 함께 나아가는 법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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