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친정' 호칭만 바꾼다고 평등해질까요?

칼럼니스트 여상미 2021. 10. 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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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코로나19 #가족모임 #명절 #추석 #성차별 #여성가족부 #호칭개선

가끔 포털사이트를 열어 '아동', '주거' 두 단어를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살펴보곤 한다. 이어서 '신혼'과 '주거', 그리고 '청년'과 '주거'도 함께 검색해본다. 아동과 주거를 검색하면 '빈곤'과 관련된 결과물이 주로 나오는 반면 신혼과 청년은 '정책', '제도', '지원사업' 등이 포함된 검색 결과가 나온다. 몇 해 전부터 갖게 된 습관인데 검색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동 주거 정책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수도권에만 22만 7천 가구의 아동이 주거 빈곤 상황에 있고, 전체 아동 중 10%가 주거 빈곤 아동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아동은 주거 정책에서 '기타' 또는 '그 외' 대상에 주로 속했다.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부 대책이 별도로 발표된 것은 2019년이고, 아동 빈곤에 주거 빈곤을 포함하는 법안 개정안은 2020년에 발의되었다. 아동 요즘은 여성을 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져서 (물론 일부 남아있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확실히 과거보다는 여성이라서 느끼는 소외감이나 박탈감 등이 덜한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달라지고 개선되어 잊고 있던 부분들이 한꺼번에 다시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나에게는 그것이 '명절'이다.

이번 추석에는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모임 인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삼삼오오 백신 예방을 마친 어른들을 포함, 아이들까지 모일 수 있어 더 반가웠던 명절이기도 했다. 일단 많은 가족 친지들이 모이면 잊고 있던 호칭부터 되새겨야 한다. 처음 시집왔을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했던 도련님, 아주버님 등이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이 호칭부터 성차별적인 내용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성차별적인 호칭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며 ''3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보완해 발표한 바 있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벌인 조사에서 명절에 성차별 언어나 관행을 겪었다는 이들이 83.2%에 이르렀고 또다른 조사에 따르면 '시댁-처가', '친할머니-외할머니', '도련님-처남', '아가씨-처제' 등 양가를 차별해 부르는 호칭에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 배경이었다. 생각해 보면 엄마 아빠의 가족인데 왜 부르는 호칭부터 굳이 구분을 짓는 지 모를 일이다. 외국의 경우는 촌수에 따라 양 쪽 집안 관계없이 부르는 호칭이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시댁 식구, 친정 식구! 모두 같은 '가족' 아닌가요? ⓒ여상미

호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안일과 일에 관한 서열 등은 이미 오랜 관습으로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왔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데 이번 추석 시댁 어른께서 손주들을 제외하고 손녀에게만 성장한 여자아이가 이래서는 안 된다, 저래서는 안 된다는 훈계의 말씀이 이어졌다.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몸가짐, 옷차림을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아이의 모든 것에 제약이 있는 것 같아 나까지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고작 열 살 남짓한 어린 조카에게서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고, 시대가 변했는데 왜 이런 분위기는 여전할까 싶어 안타까웠다. 만약 내 딸에게 같은 말씀을 반복하셨다면 나는 현명하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을까? 별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속이 상했다. 반가운 만큼 생각이 더 많아지는 명절을 보내고 나의 불쾌함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다시 곱씹어 보게 되었다.

아마 잘못된 관습에 얽매인, 불편한 상황들이 오랫동안 반복되어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긴 세월 몸에 배인 가치관과 생활 환경 등은 이미 나이 드신 어른들 입장에서는 고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 모두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이해하고 노력할 수는 없을까? 구체적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 평등 인식 개선 대책도 있었으면 좋겠다.  

성차별은 사라지지 않았고, 특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에 꽤나 충격적인명절 후유증을 앓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성차별적인 마인드가 대물림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가장 걱정된다. 그나마 아이가 없었을 때는 그저 인내하고 맞춰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우리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불평등한 호칭만 바꿀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 그리고 각 가정 내 성 평등 의식이 향상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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