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 OST 부른 서리 "목소리 통해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요"

이재훈 2021. 10. 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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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솔로 아티스트로는 드문 세계관 설정
11월 'HITC 페스티벌' 출연

[서울=뉴시스] 가수 서리. 2021.10.05. (사진 = 아티스파우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나는 해답을 찾고 싶었다. 어째서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지. 혼자만 끄적거리던 음악이 스크린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나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지. 지금 나의 다리 맡에서 푹신하게 제 몸을 감싸고 있는 애지는, 어떻게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인지."(후 이스케이프드(Who escaped)? 에피소드. 02 '일기장을 펼치다' 중)

싱어송라이터 서리(25·Seori) 소속사 아티스파우스의 홈페이지엔 소설이 실렸다. 침대 위에서 눈을 뜬 서리가 낯선 세계에 떨어진 걸, 깨달은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소설 속에서 두어 번 둥그렇게 솟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불렀던 그녀는 어느덧 인파에 둘러싸여 있다. 서리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와 함성이 뒤섞인다.

해당 줄거리는 서리의 현 상황과도 겹쳐진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홀로 조용히 노래하던 그녀가 어느 순간 수많은 대중 앞에 서게 됐다. '러닝 스루 더 나이트' '트리거' '러버스 인 더 나이트' 등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그녀의 목소리에 활동명 서리(犀利)처럼 수많은 이들의 마음이 빼앗겼다.

서리에게 적용된 세계관은 이미 K팝계에 깊숙하게 들어왔다. 그런데 보통 방탄소년단, 엑소 등 인기 아이돌 그룹에게 설정된다. 솔로 신예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건 이례적이다. 아티스파우스가 서리에게서 '대형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봤다는 얘기다. 서리의 세계관을 쓴 김세리 작가는 "서리의 학창시절, 가족 관계, 콜드플레이를 좋아하는 부분 등 실제 이야기도 담아내다 보니, 시너지가 됐다"고 말했다.

데뷔 1년5개월이 된 서리의 최근 인기가 심상치 않다. 마블의 첫 아시안 히어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OST '워리어스'를 인도네시아 래퍼 워런 휴와 함께 불렀고,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 아이돌 밴드 '데이식스' 제이와 협업도 했다.

최근 뉴시스에서 만난 가수 서리는 "인기를 실감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겸손했다. 다음은 서리와 나눈 일문일답.

-활동명 '서리'에 담긴 뜻처럼, 대중의 마음을 빼앗고 계십니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고 계신가요?

"(코로나19로 인해) 팬들을 대면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더 실감이 안 나요. 유튜브 조회수와 댓글을 보고 편지를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있죠. 제게 동기부여도 되고요."

-어떻게 가수의 꿈을 품게 됐나요? 성우·뮤지컬배우 등의 꿈도 꿨다고요.

"어릴 때부터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내성적이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음악적으로 문학적으로 표현을 하는 걸 좋아했죠.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직접 곡을 쓰는 걸 보고, 저 역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에이브릴 라빈을 좋아했습니다. 라빈이 밝은 노래를 많이 불렀지만, 그녀에겐 쓸쓸한 곡도 많거든요. 그런 노래를 들을 때마다 공감이 됐고, 위로를 받았죠. 그런 부분에 진정성을 느끼고 저 역시 곡을 쓰게 됐습니다. 처음 곡을 만든 건 열여덟 살 때였어요. 그런데 그 곡은 주제만 생각이 나고 멜로디가 안 떠오르는 거예요. 무지개처럼 닿을 듯하지만 멀어지는 허상에 대한 노래였거든요."

[서울=뉴시스] 서리 '탱고' 커버 영상 캡처, 2019년 5월 올라온 이 영상은 500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여전히 인기다. 2021.10.05. (사진 = 아티스파우스 제공) photo@newsis.com

-지난해 정식 데뷔 이후 초반만 해도 '한국의 빌리 아일리시' 등 다른 인기 가수의 이름을 빌린 수식어가 많았는데요. 이제 서리만 해도, 알아듣는 분들이 많아요. 지난 1년반을 스스로 돌아보면 어땠나요?

"세계적인 아티스트 이름을 빌려서 거명되는 것 자체가 제겐 큰 영광이죠. 제가 계속 노력해서, 저만의 것을 더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비어(Abir)의 '탱고'를 비롯 커버 곡에서도 서리 씨의 강한 개성이 묻어나는데요. 다른 가수분들의 곡을 재해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노래 자체에 대한 애정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원곡처럼이 아닌, 제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를 하고 충분히 소화해야 듣는 분들도 편하시지 않을까 해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OST '워리어스' 작업에 참여한 건 서리 씨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원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팬이에요. 그 세계의 새로운 영웅을 다룬 영화의 OST 작업을 했으니 더 큰 영광이죠. 지금까지 봐왔던 마블의 분위기나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노래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닥터 스트레인지'입니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좋아하기도 하고, 영화 '인셉션'처럼 건물이 접히고 비틀리는 영상미가 대단했어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OST에 참여한 88라이징은 아시안계 회사 최초로 마블 영화 OST 제작에 참여한 회사죠. 88라이징은 서리 씨의 아시아 매니지먼트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88라이징의 언택트 자선 콘서트 '아시아 라이징 투게더'에도 참여했는데 어땠나요? 88라이징이 11월 미국에서 여는 자선 공연 'HITC 페스티벌'에도 출연하는데요,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까?

"'아시아 라이징 투게더'는 물론 좋은 경험이었어요. 'HITC 페스티벌'은 제가 처음으로 관객분들을 대면하는 공연이라, 기쁘면서도 떨리고 걱정도 됩니다. 관객분들이 충분히 즐기실 수 있는 선물을 가지고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서울=뉴시스] 가수 서리. 2021.10.05. (사진 = 아티스파우스 제공) photo@newsis.com

-솔로 아티스트로는 이례적으로 세계관이 만들어졌습니다.

"흥미로웠습니다. 제 첫 EP나 '트리거'는 제 세계관이 크게 반영된 앨범이에요. 아티스파우스 내부의 아티스트들 중에는 김세리 작가님과 함께 사진 작가님, 영상 미술 작가님 등 전문 인력이 계시는데 세계관 구축에 힘써 주셨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세계관을 이루는 것이 마블의 '어벤져스' 같다고 하자) 그렇네요. 하하."

-행성을 오가는 서리 씨의 세계관은 SF 같지만, 반려묘 '애지' 등 서리 씨의 실제 이야기도 상당 부분 포함됐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키워드가 세계관에 반영이 된 덕분에 더 몰입됐어요. 애지는 제 삶 자체에 큰 의미입니다. 2년 반 동안 애지랑 살았는데, 애지를 통해서 바뀐 부분이 많아요. 원래는 제 안에 어둡고 소용돌이 치는 부분이 많았어요. 애지와 함께 하면서, 사랑을 주고 받고 그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됐죠. 이후 밝은 음악도 많이 쓰게 됐어요. 어두운 음악과 조화를 이루게 됐죠."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음색에 대한 호평이 자자합니다. 작사·작곡 능력도 갖춘 서리 씨에게 보컬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작곡이나 작사처럼 표현 방법 중 하나예요. 목소리를 통해 듣는 사람과 잘 연결되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제가 느낀 감정들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보컬로써 잘 전달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미국 가수 겸 배우 셀레나 고메스처럼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를 앓았다고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크게 없는데, 완치라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식이 요법 등으로 생활 패턴을 조절하고 있어요. 몸이 주는 신호에 대해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다보니, 삶에 대한 감각도 섬세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평상 활동이나 음악 작업에서 무리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오래 오래 활동을 하고 싶거든요. 그래픽스(GRAPHIX) 프로듀서님을 비롯 회사에서 많이 신경을 써주시고 배려해주셔서 음악 하는 자체의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제 정체성이 확실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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