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를 단 한번이라도 만나 본 사람이라면.."

[변희수 전역 취소 1심 선고를 앞두고] ③ 트랜스젠더의 의학적 문제

[이은실 순천향대병원 교수]
4월 15일, 5월 13일, 7월 1일, 8월 19일. 4차례 서울에서 대전으로 버스가 향했습니다. 지난 3월 3일 세상을 떠난 故 변희수 하사의 복직을 위한 소송의 변론기일에 시민들이 참여하기 위해서 입니다. 한정된 방청석에 서울에서 내려온 시민 여럿이 앉지 못할 정도로 재판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저 또한 두 차례 재판을 방청하며 군사당국의 폭력과 야만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며 국제적 민주화 운동에 연대하는 단체 '세계시민선언'은 국방부의 변희수 하사 전역 처분을 국가폭력으로 보고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성별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치료적 목적의 수술을 진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방부는 변 하사의 직업선택의 자유권을 비롯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존권을 박탈했습니다.

변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은 또한 변 하사 개인 뿐만 아니라 오늘날 군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혹은 직업군인의 꿈을 가진 모든 성소수자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폭력입니다.

오는 10월 7일 전역처분 소송 1차 선고를 앞두고 재판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이 △故 변희수 하사를 추억하고 △재판이 어떻게 전개돼나갔으며 △1차 선고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한 연속 기고에 나섭니다. 편집자(이설아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연합뉴스

고 변희수 하사의 군 복귀를 위해 군인권센터에서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에 필자는 군인권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변희수 하사의 군 복귀 재판에 어떤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내가 만났던 변희수 하사는 군인으로서 자부심도 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신 있어 했다. 수술 후 강제전역이 이루어지고 나서도 늘 다시 군인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변희수 하사의 강제전역 사건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오해와 차별이 얼마나 깊은 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실제 변희수 하사를 만나서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면 이 분이 얼마나 건전하고 애국심 강한 대한민국의 시민이자 군인이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정신과학회 및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트랜스젠더는 더 이상 정신질환이 아니며, 이들의 정신적인 문제는 성별불일치감 그 자체가 아니라 성별불일치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스트레스가 문제라고 했다.

즉 성별불일치감으로 인해 가족 내, 학교 혹은 직장 및 사회 제반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할 때 성별위화감으로 규정했다. 이를 위한 치료는 젠더불일치감을 느끼는 대상자들을 소위 정신을 바꾼다는 '전환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성별정체성을 존중하고 가족 내, 사회 내에서 이들의 정체성과 그에 따른 성별표현을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주는 것이다. 과거에 자행되던 전환치료는 더 이상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트랜스젠더에 필요한 의학적 개입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성별표현 및 성역할변화를 돕고 △둘째 호르몬치료로 신체를 여성화 혹은 남성화(자신의 성별정체성과 부합하는 신체변화 유도)하기 △셋째 수술로 일차 및 이차성징 바꾸기 △넷째 심리치료로 구성된다. 심리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성별위화감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낙인이 정신건강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다. 또 당사자 스스로 내면화된 트랜스혐오를 완화시키며 스스로에 대한 신체상을 향상시키고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성확정수술은 성별위화감 치료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거치는 단계이자 가장 숙고해서 진행하는 과정이다. 수술을 받지 않아도 자신의 성별정체성·성별표현·성역할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트랜스젠더, 성별비순응자도 많다.

반면 일부는 성별위화감을 완화하기 위해서 수술이 매우 중요하고 의학적으로 필요하다.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성별정체성에 부합하는 일차 및 이차성징을 갖춤으로서 성별위화감이 훨씬 더 완화되어 신체적·정신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수술은 많은 트랜스젠더로 하여금 병원·헬스클럽·수영장 등과 같은 장소에서 더 편안하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또 경찰서나 정부기관에서 체포되거나 수사를 받을 때 피해를 당할 위험을 줄인다. 한 예로 필자에게 호르몬치료를 받는, 아직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여성이 여자화장실을 이용했다가 몰카범으로 오해 받아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은 해프닝도 있었다.

성확정수술 이후에도 호르몬치료는 지속해야 한다. 트랜스여성의 경우 시스여성(비 트랜스여성)의 폐경(완경) 연령인 약 50세까지 호르몬치료를 지속한다. 다만 수술 후 호르몬의 용량은 수술 전에 비해 저용량으로 유지한다. 이는 성호르몬 결핍이 지속되는 경우, 추후 발생할 수 있는 골다공증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는 성별위화감을 낮추는 역할을 해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드물지 않게 조기폐경 여성들을 보게 된다. 조기폐경은 만 40세 이전으로 정의되지만 이 범주에는 10대, 20대도 분포돼 있다. 이들은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50세까지 보충해준다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 및 직장생활, 육체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된다.

조기폐경 여성들처럼 변희수 하사도 호르몬치료를 지속한다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부대 내 여성군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변희수 하사의 주요 업무였던 전자조종임무가 남성이 아닌 여성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임무라면, 변희수 하사는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서, 즉 트랜스여성으로서 자신이 해왔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랜스젠더를 직장 밖, 사회 밖으로 떠미는 것은 그들의 정체성과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다. 우리사회에 전반적으로 내재된 트랜스젠더에 대한 오해, 편견과 차별, 트랜스혐오 때문이다.

변희수 하사가 처음 진료실에 왔을 때 왜 군인이 되었냐고 물었다. 변희수 하사가 애국심에서 군인에 지원하게 되었고, 하다 보니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일이 현재 군인으로서의 자신의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것이 기억에 선하다. 지금에라도 변희수 하사의 부당한 전역처분이 취소되고 여군으로 복직돼 고인이 사랑하고 열망하던 역할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은실 순천향대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