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기생충, 킹덤.. 해외에서 더 열광하는 이유는 [데스크픽]
방영 초기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갈렸던 터라 이런 글로벌 신드롬은 다소 어리둥절할 정도다. 더구나 10여년 전 국내에서 “낯설고 난해하다”며 거절당해 아예 빛을 보지 못 할 뻔했던 작품에 넷플릭스가 200억원을 투자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한국에선 진부한 소재와 표현, 해외에선 ‘참신, 매혹적’
해외에서 오징어 게임에 더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오징어 게임은 인생의 나락에 몰린 사람들이 상금 456억원이 걸린 서바이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유년시절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게임에서 탈락한 참가자를 그 자리에서 사살하는 잔인한 설정과 여성, 노인,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묘사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시스템과 잔인한 현실을 함축한 서바이벌 드라마를 마냥 웃으며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부(富)를 독식한 상류층의 횡포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하류층의 비극, 계층간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한국인들에게 이제 진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BC는 “오징어 게임은 현대 사회의 계층 갈등을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며 “이런 서사 구조는 부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함께 다룬 한국 영화 ‘기생충’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르몽드도 오징어 게임이 ‘기생충’처럼 빈부 격차를 바라보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에서 경기의 룰을 벗어나거나 탈락하면 즉결 심판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설정”이라며 “물을 서서히 끓이면 그 안의 물고기는 자기가 언제 죽을지 모르다가 갑자기 죽는데, 물고기를 꺼내서 불 위에 올리면 바로 죽는다. 그들에게 한국 콘텐츠는 마치 불 위에 바로 물고기를 올려 보여주는 것처럼 직설적이고 신랄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했다.
상업적인 콘텐츠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도 오징어 게임이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다.
하재근 평론가는 “외국에서는 자본주의 모순이나 빈부 격차는 영화제에서 상 받는 명작에서 주로 그려지고, 상업적인 장르물은 그냥 오락 위주”라며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오락성 있는 장르물에 사회적인 메시지가 들어가니 재밌으면서 의미도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동혁 감독도 “오징어 게임과 다른 작품들의 차이점은 게임보다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이라며 “이전까지 작품들은 한 명의 영웅을 내세우지만, 이 작품은 이른바 ‘루저’(loser)의 이야기라서 어떤 영웅이나 승자도 없다는 것도 차별성이다”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킹덤, 설국열차의 공통점
영화 ‘기생충’, 드라마 ‘킹덤’, 영화 ‘설국열차’. 세계적인 인기와 호평을 모두 얻은 이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빈부 격차와 불평등, 추락한 인간의 존엄성이다.
모두 빈부 격차라는 큰 줄기에 각각 스릴러, 액션, 좀비 등 전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장르를 입히고, 한국적인 문화 코드와 유머를 녹였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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