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북전단·한미훈련 이유로 중단·복원 반복..'재복원' 속내는
"영향력 행사·주도권 지형 확보 등 전략적 로드맵"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약 두 달 만에 남북통신연락선이 연결됐다. 북한이 남한의 개선 '노력'을 강조하며 통신선을 복원함으로써 한반도 문제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는 전날인 4일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시통화가 이루어지면서 남북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고 밝혔다. 남북통신선은 지난 7월 정상 간 합의를 통해 13개월만에 복원됐지만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면서 불과 2주 만에 연결이 끊겼다. 이로부터 55일만의 복원이다.
공개된 통화 영상에서 우리측 연락대표는 "오랜만"이라면서 "이렇게 통신연락선이 복원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만큼, 남북관계의 개선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 양측은 이날 통화에서 이전처럼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정기 통화를 하고, 사안이 발생하면 수시로 통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남북통신연락선이 연결됨으로써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1차 과제로 내세운 통신선 복원에 북한이 응답한 모습이지만 그간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한 듯 적극적인 환영 입장은 내지 않았다.
이번 남북통신선 재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한 종전선언에 북한이 연이어 긍정적 반응을 내보이며 이뤄졌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전달 29일 남한이 남북관계를 수습하기 위해 '중대과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통신선 재개 의사를 표명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단기·중장기적 목적이 있는 전략적 로드맵이라고 분석했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남한 대선정국에서의 평화공세 '밀당'(밀고 당기기)을 통한 영향력 행사, 중장기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 및 차기정부와의 관계형성에 있어서도 주도적 지형 확보를 위한 장정에 돌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결정 배경으로 Δ안정적인 한반도 상황 관리 필요성 Δ한반도 문제를 주도한다는 자신감 Δ북미대화로 나아갈 전략적 로드맵 세 가지를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상황 및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반도 긴장 고조를 피하고 '대화와 대결' 모두에 준비돼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 지지가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 가장 절실한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남북관계를 통로로 북미관계로 나아가려는 목적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번 남북통신선 연결 재개로 남북 간 전면적인 대화 국면이 펼쳐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1971년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는 북측의 일방적 단절로 관계 변화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다.
남북통신선은 지난해 6월 북한이 남측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일방적으로 단절됐다가 지난 7월27일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13개월 만에 복구됐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복원 2주 만인 8월10일 오후부터 불통 상태였다. 그러다 재단절 55일만에 다시 재개에 나선 것이다.
김 총비서는 통신선을 복원하면서 남측이 해결할 중대과제를 거듭 강조했다. 중대과제란 그동안 북한이 담화 등에서 꾸준히 거론한 대북 적대시 정책 및 자신들에 대한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철회로 풀이된다. 원하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단절로 돌아설 빌미가 남은 셈이다.
북한은 이날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김 총비서의 뜻에 따라 4일 오전부터 통신연락선을 복원한다고 알리고 남한 당국은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대내에도 남북관계 주도권이 북한에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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