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팬들이 엔씨에게 진정 바라는 것

조진호 기자 2021. 10.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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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엔씨소프트가 변화 의지를 보이며 게임 이용자의 신뢰 회복에 나섰다.

엔씨는 ‘리니지’의 글로벌 버전 ‘리니지W’에서 기존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용자 과금 구조를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특히 ‘리니지M’과 ‘리니지2M’에서도 기존의 비즈니스모델(BM) 상당 부분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위기 타개를 위한 엔씨의 변화된 모습에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한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맏형’으로서의 정체성과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과금 모델 대폭 개선… ‘신뢰 회복’ 단초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리니지W 2차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초창기 ‘리니지’의 느낌 그대로 과금 여부와 상관없이 이용자들께 동일한 성장과 득템(아이템 획득)의 재미를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언컨대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유사한 시스템 또는 이에 준하는 어떤 콘텐츠도 내놓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게임 진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돈을 써야 하는 ‘리니지’ 시리즈 특유의 과금 요소로 ‘리니지M’ 등에 도입됐다가 이용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끝에 현재 위기의 단초가 됐다.

앞서 엔씨가 지난달 19일 처음 공개한 ‘리니지W’의 게임 장면에서는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비슷해 보이는 과금 모델이 포착돼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8월 말 출시한 신작 ‘블레이드&소울 2’가 동일한 과금 구조를 답습했다가 혹평을 받고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회사 안팎에서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이 됐다.

이에 김택진 대표는 지난달 17일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라며 “도전과 변화를 위해서라면 당장은 낯설고 불편해도 바꿀 건 바꾸겠다”고 대대적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엔씨는 또 개인 간 아이템 거래 시스템도 도입했는데 ‘리니지 시리즈’의 핵심인 자유로운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기존작 ‘리니지M’과 ‘리니지2M’에서도 ‘아인하사드의 축복’ 관련 유료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현금 환불을 결정했다.

■팬들이 엔씨에게 진정 원하는 것

이날 발표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존의 핵심 BM은 유지하지만 게임플레이를 통해서도 충분히 상위 등급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과금 모델의 획기적인 변화에 점수를 줄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번 발표가 이용자의 신뢰 회복을 위한 시작일 뿐, 근본적인 해결은 될 수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겸 CCO(최고창의력책임자)가 지난 8월 19일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리니지W’를 소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는 엔씨 게임들이 이용자들에게 이전과 같은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엔씨 게임들이 수년간 자기 복제 수준에 머무는 동안 게임 팬들의 눈높이는 훌쩍 높아진 데 따른 괴리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관계자도 “2010년대 초반쯤, 블리자드의 고위 관계자가 ‘한국에서 (진정한) 개발사는 엔씨뿐이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물론 출처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얘기가 돌았다는 자체가 당시 엔씨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며 “지난 10년간 엔씨가 이에 걸맞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맏형이 해야 할 일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이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도 AAA급 신작을 공언하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며 “맏형 엔씨도 과감한 도전에 다시 나서 재도약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엔씨는 3일 도쿄게임쇼에서 글로벌 시장을 향한 신작 ‘리니지W’를 공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 사전 예약자 1000만명을 돌파한 ‘리니지W’는 11월 4일 한국·대만·일본·동남아·아랍·러시아 등 13개국에서 국가에 상관없이 동일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원빌드’로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북미, 유럽, 남미 지역으로 출시 국가를 확대한다.

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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