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꿈꾸는 천재 유진박 "과거에 미련 없어..지금도 에너제틱"

성도현 2021. 10.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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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조 록밴드 '헤이 유진' 결성..신상 후견인 보호 아래 제천서 생활
횡령 등 혐의 전 매니저 관련해선 "원래대로 내 모든 것을 돌려놔야"
포즈 취하는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제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충북 제천 연습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0.5 raphael@yna.co.kr

(제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1990년대에 정말 인기가 많았지만, 과거 시간에 미련은 없어요. 이후 조울증(양극성 장애)과 사기·착취 논란 등이 있었지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지금도 여전히 음악적으로 에너제틱해요."

미국 줄리아드음대 출신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46)은 1996년 12월 열린음악회에서 전자 바이올린으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가 이듬해 낸 1집 크로스오버 앨범 '더 브릿지'는 100만 장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이른바 '유진박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는 마이클 잭슨 방한 콘서트와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연주하는 등 '천재' 소리를 들으며 최고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대에 발병한 조울증으로 인해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잃었고, 일부 업계 관계자가 심신이 약해진 그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며 충격을 안겼다.

미소 짓는 유진박 (제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충북 제천 연습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0.5 raphael@yna.co.kr

지난 3일 충북 제천 연습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유진박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아무런 걱정이 없다"며 "밖에서 안타깝다는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4월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자 2주간 머무르려 내려온 제천에서 2년 반 넘게 지내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제천에서 떡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 지인의 도움으로 거처 및 연습실을 마련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초 서울가정법원 결정에 따라 이곳 사장이 신상 관련, 한 법무법인이 재산 관련 후견인으로 선임돼 있다.

유진박은 평소 하루에 세 번 복용하던 조울증 약을 두 번으로 줄일 정도로 예전보다 상태가 호전됐다. 하루에 3갑을 피울 정도로 헤비스모커였던 그는 요즘엔 1갑 이하로 피운다. 건강 관리를 위해 틈틈이 운동도 한다.

하루 평균 3~4시간 정도 꾸준히 바이올린을 잡는 그는 연습 시간 외엔 주로 유튜브를 본다. 1980~1990년대 음악들을 찾아 듣고 K팝, 힙합, 재즈, 팝, 아이돌 음악 등 장르 구분 없이 최신 음악 경향도 살핀다. 그는 즉흥 연주를 잘하려면 다양한 음악 장르를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진박은 "며칠 전 내가 건강하던 1990년대 연주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다가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났다"며 "당시 클래식 바이올린은 큰 재미가 없었는데 록을 가미해 연주하니 사람들이 열광했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리더 유진박을 중심으로 구성된 4인조 록밴드 '헤이 유진' (제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4인조 록밴드 '헤이 유진'이 충북 제천 연습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교연, 곽의정, 유진박, 이재만. 2021.10.5 raphael@yna.co.kr

그는 요즘 밴드 연주에 푹 빠져 있다. 10년 전 8개월 정도 유진박과 호흡을 맞춘 드럼 연주자 김교연과 제천에서 재회한 것을 계기로 지난 2019년 12월 록밴드 '헤이 유진'을 만들었다. 곽의정(기타)과 이재만(베이스) 등 4명으로 활동한다. 유진박을 편하게 부르는 인사말이기도 한데, 그가 다시 세상으로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팀명에 담겼다.

유진박은 "김교연은 드럼 치는 매력이 좋은데 펑크나 록, 재즈, 얼터너티브 등 여러 스타일을 다 소화한다"고 칭찬했다. 또 "곽의정은 특히 헤비메탈에 뛰어나고, 이재만은 최신 유행곡들도 잘 쳐서 너무 좋다"고 추켜세웠다.

내 음악만 중요하게 생각해 주변에 대한 관심과 배려심이 다소 부족했던 유진박은 밴드 활동을 하며 몰라보게 달라졌다. 유진박은 "멤버들과 음악을 함께 만들면서 마음이 착해진 걸 느낀다. 원래 욕심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멤버들은 "형(유진박)이 혼자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까지 가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밴드는 보통 1주일에 평일 하루, 주말 하루 연습실에서 만나 연습한다. 연주 의뢰나 유튜브 촬영 등 작업이 있을 땐 좀 더 자주 모인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유튜브에 첫 영상을 올렸고, 이후 틈틈이 연주 영상 등을 올리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헤이 유진은 최근엔 정신 다양성 예술 축제 '제3회 매드 프라이드 서울' 공연 녹화를 마쳤다. 5곡을 연주한 사전 제작 영상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공간 '게더타운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에 오는 10일 공개한다. 올해 데뷔 25주년인 유진박이 밴드 결성 후 외부에 첫선을 보이는 공식 무대 성격도 띤다.

포즈 취하는 유진박 (제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충북 제천 연습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0.5 raphael@yna.co.kr

유진박은 인터뷰 말미 매니저 김모(60) 씨에 관한 이야기도 어렵게 꺼냈다. 유진박을 한국에 데뷔시켰던 김씨는 유진박과 결별했다가 다시 손을 잡았지만, 출연료와 부동산 등 7억여 원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유진박은 "몰래 내 이름으로 돈을 빌려 쓰고 출연료를 모두 가져갔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나는 김씨를 믿었고 그는 정직한 사람이었는데 내 돈을 다 가져갔다"고 말문을 뗐다.

그러면서 "올해 7월 검찰에 가서 피해자 진술을 하고 왔는데 시끄러운 이야기에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며 "사람들이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다. 김씨는 원래대로 내 모든 것을 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이올린을 열심히 잘 연주하는 거예요. 요즘에도 잘 나가던 그때 기분을 생각하며 신나게 연습해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연주자란 꿈이 있거든요. 노 배드 루머, 저스트 리바이벌(no bad rumor, just revival)."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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