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엑시트와 미라클 작전 성공의 조건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2021. 10.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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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개봉된 재난 영화 '엑시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구조요청 신호(SOS)였다.

서울 도심지역에서 유독가스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주인공인 용남이와 의주가 탈출 매뉴얼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 가족과 시민들을 기적적으로 탈출시킬 수 있었다.

재난이 발생하면 누구나 영화 엑시트와 아프간에서의 미라클 작전 같은 기적을 바란다.

실제 체험을 해본다면 진짜 재난 위기 상황에서 엑시트와 미라클 작전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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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2019년 개봉된 재난 영화 '엑시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구조요청 신호(SOS)였다. 서울 도심지역에서 유독가스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주인공인 용남이와 의주가 탈출 매뉴얼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 가족과 시민들을 기적적으로 탈출시킬 수 있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계획에 따라 각국 정부가 정해진 시한 내에 자국민을 철수시키고, 현지인 조력자들을 구출하는 가운데 수도 카불마저 탈레반에 의해 점령당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민항기 이착륙과 현지인의 카불공항 진입이 어려워진 위기 상황 속에서도 탈출을 희망한 390명 전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작전명 '미라클'대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누구나 영화 엑시트와 아프간에서의 미라클 작전 같은 기적을 바란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2020년 10월 8일 밤 울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12층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33층 전체로 옮겨붙었다. 당시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울산 지역의 대형 빌딩이 엄청난 화마에 휩싸인 모습을 보면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국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수백 명의 입주민들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물에 적신 수건을 댄 채 자세를 낮추고 매뉴얼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했고,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제2의 용남이와 의주도 있었다. 입주민인 구창식씨와 가족들은 29층 테라스에 있던 임신부를 사다리를 이용해 피난층인 28층으로 대피시켰고, 30층의 주민들을 이불로 받아 대피시켰다. 이승진씨는 33층 계단에 갇혀 있던 주민들을 평소 파악해 두었던 대피경로를 통해 옥상으로 탈출시키는데 성공했다.

소방본부의 역할도 컸다. 화재 발생 5분만에 현장에 도착하여 주민들에게 피난층인 28층과 옥상 등지로 대피할 것을 알렸다. 사다리차나 헬기로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가 어려워지자, 신속한 상황판단을 통해 각 세대를 직접 돌며 3시간 만에 전원 구조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평소 꾸준한 훈련과 대비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달부터 11월, 두 달 동안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이 소관 분야별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한다. 이 기간에 모든 재난관리 기관들은 다양한 재난 상황을 설정하여 매뉴얼을 적용해 보고, 대응체계에 미흡한 점은 없는지 점검한다.

과거 3~5일 정도 기간을 정하여 모든 기관이 일제히 실시하던 것을 올해는 두 달 동안 분산하여 실시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정한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장비를 동원해야 하는 현장훈련을 실시하기 어려운 만큼, 토론훈련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토론훈련을 통해 그동안 현장훈련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위기상황을 시나리오에 반영하여 이전보다 복잡하고 난해한 상황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낸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기관별 협업체계 등이 현실에 맞지 않거나 사각지대가 없는지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방사능 유출, 건물 붕괴, 사업장 사고 등 3개의 재난 유형에 대해서는 온라인 중계 방식의 현장 시범훈련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안전한국훈련이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위기대응능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주변 시설물에서 탈출 가능한 경로를 알아보거나 탈출도구의 사용법을 익히는 정도라도 좋다. 실제 체험을 해본다면 진짜 재난 위기 상황에서 엑시트와 미라클 작전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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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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