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진의 바이오 인사이트 <7>] 바이오 특허, 절대적 권력 아니다 비용·상용 가능성 등 유효성 문제

김선진 2021. 10. 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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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회사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 회사의 개발 및 사업 능력과잠재력을 상징한다. 사진 셔터스톡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서울대 의과대학원 박사, 전 텍사스 주립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 암생물학부 암전이 및 임상이행연구센터 교수

다양한 종류의 특허를 출원했다거나 등록했다는 내용이 바이오 기업의 홍보 혹은 IR에 자주 등장한다. 과연 특허를 출원했다 혹은 등록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특허 소식에 부응하여 투자자의 기대심리가 올라가고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확실히 긍정적인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길지 않은 기간에 다시 주가가 원래의 자리로, 드물지 않게는 심지어 더 낮은 하향세를 보이는 것을 보면 아리송하다. 특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선 특허의 본질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한다.

특허법은 그 어느 법보다도 복잡하고 예민하다. 이 때문에 특허권을 둘러싼 법률적인 다툼도 많다. 일반인이 범접하기에는 어려운 영역이지만, 특허와 관련된 기본 상식을 알아두면 투자 판단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먼저 특허의 영어인 ‘patent’의 어원은, 14세기 영국에서 국왕이 특허권을 부여할 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개봉된 상태로 수여했는데, 이를 표현한 letters patent에서 개봉이라는 뜻을 가진 patent가 특허의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의 특허권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있었을 것으로 예상하나, 모두가 동의하고 인정하는 최초의 특허법은 1474년 베네치아에서 제정됐다. 현대적인 특허법은 1624년부터 1852년 사이 영국에서 시행된 전매조례가 시작이라고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1908년 특허령이 공포되었으니, 100살이 훌쩍 넘는 나이를 먹은 셈이다.

특허법의 목적은 발명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발명을 장려하는 데 있다. 여러 종류의 특허권에 해당하는 발명에 대한 지식재산권으로 얻어지는 이익을 보장해 줌으로써 발명의 동기 부여를 통한 장려를 꾀하는 것이다. 특허권을 받으려면 선행된 기술로부터 파생된 것이 아닌 기술의 진보성이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만 한다.

특허는 종류보다는 특허의 성격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허를 신청할 때 청구 범위라는 항목이 있는데, 발명의 결과 탄생한 물질이면 ‘물질특허’, 만드는 방법이면 ‘제법특허’, 새로운 용도이면 ‘용도특허’, 효과를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이면 ‘제형특허’로 나뉜다. 특허 보장 기간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20년이지만 연장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묘수가 있다. 여기까지 보면 특허를 획득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특허의 성격을 떠나서 가능한 한 많은 국가에서 오랜 기간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권리에 의해 창출되는 이익을 보장받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론적으로라는 단서를 달았는지 실제로 바이오 분야에서의 특허의 실상이 어떤지 설명해보자.

바이오 분야에서 특허 출원이나 등록의 소식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투자자에게 회사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가치 증대를 위한 실제적인 노력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또한 이를 통해 주가 상승을 이끌어내 추가적인 투자 유치 등 회사의 운영과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특허권이 있는 물질이나 기술의 경우 라이선스 아웃(기업이 보유한 기술, 물질,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타사에 판매하는 것)에서도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는 비상장사의 경우 최소 몇 개 이상의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상장의 조건이라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 회사의 개발 및 사업 능력과 잠재력을 상징하는 것이고 언제든지 유동자산화할 수 있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재산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은 복잡한 내용이 있다.

특허권, 미래의 잠재 가치

우선 특허의 실용성이다. 보통 특허의 출원이나 등록 수가 ‘지적 세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많은 수의 특허를 보유하는 것이 좋다는 보편적인 동의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눈에 과연 그 많은 특허 중에 실용화와 산업화, 즉 상용화의 의미나 가능성이 있는 유효 특허가 몇 개인가는 다른 문제다.

특허의 출원, 등록 그리고 유지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허세나 다른 목적을 위하여 불필요하게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고해봐야 한다.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특허 중에서 왜 그런 특허를 유지하고 있는지, 특허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과연 얻는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음은 특허 전쟁이다. 특허는 끊임없는 회피와 공격의 대상이다. 특허는 혹시도 있을지 모르는 경쟁자들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될 수 있는 대로 모든 범위와 항목을 포함하는 청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빅데이터의 발달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이미 등록되어 있는 특허를 회피하거나 우회하여 새로운 특허를 출원, 등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기존의 특허를 무력화하고 오히려 등록된 특허나 기존에 등록되어 있는 특허권을 사들여 경쟁자의 특허나 아무 관계없는 대상의 특허권에 대한 분쟁소송을 해 거액의 보상을 받아내는 특허괴물이 있다. 즉 기술생산력은 부재하지만 분쟁의 대상이 될 만한 가치 있는 지식재산을 저가로 매입하여 이를 토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수익을 얻는 특허전문 회사다. 

특허권에 대한 절대 권력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무한한 특허전쟁을  끊임없는 창과 방패의 싸움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가끔 너무 교묘하고 기가 막힐 정도로 싸움이 비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는 이치이니 받아들이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또 하나의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다. 특허는 출원을 하고 약 1년 혹은 1년 6개월가량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등록 전에 공개된다. 이때 특허에 관련된 모든 중요한 정보가 노출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한 바이오 회사가 아직까지 다른 회사나 학계에서 찾거나 고안, 발표되거나 시도되지 않은 고유의 표적에 대한 치료 물질이나 치료법을 특허화하고자 하는 경우, 이 표적이 공개되면 많은 경쟁자, 특히 (바이오벤처가 상대하기 힘든) 글로벌 제약사가 특허를 회피하는 물질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려 할 것이다. 이들 거대 기업이 개발비, 연구 인력 등 개발 역량을 내세워 순식간에 기존 기업을 추월하고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기존에 존재하는, 특히 특허가 만료된 물질을 이용하거나 병용 요법(두 가지 이상의 치료법을 사용해 병을 고치는 방법)을 개발하여 동일한 표적에 대해 혹은 표적의 상위나 하위 기전을 제어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 치료 물질이나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했던 바이오 벤처의 입장에서는 허망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한층 더 성숙한 수준의 바이오 벤처들이 바야흐로 다른 경쟁자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질이나 표적이 아니라 세상에 처음으로 내어놓을 수 있는 신물질, 신기술을 이용한 치료법 개발에 나서기 시작하고 있다. 시장도 더욱 전문성을 갖추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의 탄생을 위해 이들에 대한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허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잠재적 가치를 의미한다.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생각하면 높지 않은 확률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허가 없는 기업의 가치는 0, 특허를 100개 가진 회사는 특허를 1개 가진 회사보다 100배의 가치가 있다는 단순한 산술적인 개념은 과거의 ‘우물 안 경쟁력’을 평가하던 시대의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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