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미국과 중국이 준비해야 할 전쟁의 적(敵)
배경설명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5)가 열렸다. 2주간 전 세계 200여 개국 대표가 참여해 기후 변화 대응에 관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온실가스 감축 관련 강도 높은 합의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COP 25가 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올해 10월 31일~11월 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COP 26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번 협정에서 각국이 강력한 행동 계획에 실질적으로 동의해야 다가오는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COP 26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주요 2개국(G2)이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해 공통적으로 심각성을 인식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중 간 무역 분쟁과 기술 분쟁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G2의 협업이 기후 문제 대응에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 지정학의 열기도 뜨겁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의 2021년 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지구 온난화 위기에 공동 행동을 약속해야 한다. 하지만 양국은 불신, 적대감, 전쟁 도발로 인한 부담을 안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 기후 변화 문제에 있어 협력할 의지는 있다. 다만 중국은 보다 넓은 시야에서 건설적인 참여를 원하고, 이와 반대로 미국은 모든 영역에서 정책 견제와 경쟁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기후 협력이 ‘별도로’ 진행되는 것을 원한다. 양국의 사고방식 차이는 9월 15일(이하 현지시각) 공식 출범한 ② 오커스(AUKUS) 안보동맹의 발표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미국과 영국은 호주와 매우 정교한 고급 기술을 공유하기로 결정했고, 또한 양국은 호주에 핵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따르면, 이 동맹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다르게 생각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커스 안보동맹이 “제로섬 게임 논리”를 반영한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것이며, 군비 경쟁을 심화하고 ③ NPT(핵확산금지조약)의 기능을 약화할 것”이라고 9월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서방의 개입을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추구하고 있다. 오커스 발표 하루 뒤 EU 집행위원회는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유럽의 전략은 법률 기반의 국제 질서를 강화하고, 국제 사회 위기를 알리는 걸 골자로 한다. 또한 장기적인 번영을 목적으로 지역마다 공정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 회복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강조한다.
EU의 접근은 경제적 이익 공유에 대한 EU의 인식을 보여준다. EU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무역이 세계 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고 믿으며, 해외직접투자 역시 6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경제뿐 아니라 민주주의, 법의 지배, 인권, 유엔의 ④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파리기후변화협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발전 또한 촉발해야 한다고 EU는 믿는다. 미국과 달리 EU는 전쟁 도발보다 기후 행동과 경제 번영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 유럽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서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가적인 가치’를 심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EU의 접근은 지구 온난화라는 비극을 피하기 위한 COP 26의 의욕 넘치는 협약을 보장해주기 어렵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현재 있는 협약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참가국들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한 약속을 인류가 지킬 확률은 5%도 되지 않는다.
만약 2030년 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2040년까지 약 39억 명의 인구가 지금보다 약 12배나 뜨거운 열기 속에서 고통받을 것이다. 게다가 매년 근로자 4억 명이 최소 안전 기준치를 넘는 높은 온도의 환경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가뭄의 영향을 받게 되는 전 세계 경작지는 현재보다 약 세 배 빠른 속도로, 매년 32%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 세계 식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생태계를 보호하거나 생물이 서식 환경에서 잘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응을 돕는 데 투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는 자연재해, 자원 부족, 인구 이동 등 피할 수 없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넘어서 기후 변화와 싸우는 일은 전례 없는 규모의 예방, 준비성, 협동과 협업 등 통합적인 접근 전략을 요구한다. 전 유엔 부사무총장 야사로즈 미기로는 기후 변화와 싸움을 ‘전시체제’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국가 지도자들이 COP 26에서 논의할 위기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국은 지난해 도입한 ⑤ 쌍순환 전략을 지속할 것이다. 만약 국제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약한 바깥 고리), 쌍순환 전략은 중국이 내수(강한 안쪽 고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신호를 준다. 늘 그랬듯이 중국은 고도의 적응성이 있는 체계적인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주요 전략, 자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방정부는 정책 설계와 시행을 담당한다. 결국 기후 변화는 분명 세계적인 위기지만, 지역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나의 보편적인 해결 방안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후 변화는 이미 희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모두가 이기거나 아무도 승리하지 못하거나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이 있는 국가들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그 적은 올바른 적(지구 온난화)이어야 한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①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는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196개국 대표단이 참석해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토의한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규정과 전기자동차로 전환,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감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② 오커스(AUKUS)는 미국, 영국, 호주 3개국이 2021년 9월 15일 공식 출범시킨 외교 안보 3자 협의체다. 이들 3개국은 오커스를 통해 정기적인 고위급 협의를 하면서 국방과 외교 정책 등을 논의하고 첨단기술 등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한다.
③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란 핵 비보유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 조약이다. 1969년 6월 유엔 총회에서 체결됐고, 1970년 3월 5일 비준이 완료됨에 따라 효력이 발효됐다.
④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란 2015년 제70차 유엔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로 지속 가능 발전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인류 공동의 17개 목표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를 제시한다.
⑤ 쌍순환 경제 전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5월 제시한 것으로, 해외 시장을 유지하면서도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에 집중해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겠다는 경제 전략이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