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시 운임통제 불가..등급배정의 비밀

박소연 기자 2021. 10. 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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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지연되면서 경쟁 제한성 여부가 관건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주장과 달리 독과점으로 인한 운임 인상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합한 제보 등에 따르면, 국토부가 운임 통제의 근거로 제시하는 항공사업법 14조와 62조에도 불구하고 항공사의 등급별 좌석수 조정만으로 운임 통제가 손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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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항공사업법상 운임표 공지해야 하지만 등급별 비율은 비공개..독과점 노선 운임 통제 무력화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지연되면서 경쟁 제한성 여부가 관건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주장과 달리 독과점으로 인한 운임 인상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합한 제보 등에 따르면, 국토부가 운임 통제의 근거로 제시하는 항공사업법 14조와 62조에도 불구하고 항공사의 등급별 좌석수 조정만으로 운임 통제가 손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는 항공사가 정기적으로 운임표나 요금표를 공지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쉽게 운임을 인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항공사는 탑승객 수에 따라 각 등급의 배분 비율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공지된 올해 9월1일자 인천-LA 운임 중 이코노미석을 살펴보면, 가장 고가인 Y 클래스 367만4000원부터 가장 저가인 Q 클래스 118만1800원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이 클래스 구분은 좌석 종류와 서비스 질이 동일하지만 환불 조건이 상이하다.

국토부가 항공사업법 14조를 통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이같은 운임표에 제시된 공시가격으로, 가격상한의 의미를 갖는다. Q 클래스를 118만1800원으로 '인가 또는 신고'했다면 그 이상의 가격을 받아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인기 노선의 경우 항공사가 가장 저가인 Q 클래스 비율을 낮게 설정해 마지막엔 가장 고가인 Y 클래스만 남게 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선 각 항공사가 경쟁을 통해 할인 가격으로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게 된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된다면 공시된 가격보다 낮은 할인 티켓은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양사 통합시 수십개의 노선이 외항사 복수 노선이 없는 100% 대한항공 단일 노선이 될 것이며, 외항사 복수 취항 노선이어도 국민 정서상 외항사 탑승을 고려하지 않는 승객층이 많아 대한항공은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항공사의 운임 상승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려면 각 클래스의 배정 비율을 통제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공지 의무는 없다. 국토부는 현행법상 항공사의 클래스 배정 비율을 통제하기는커녕 인지할 수조차 없다. 항공사의 좌석 클래스 배분 비율은 영업기밀로 분류돼 이를 조율하는 담당자를 접촉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항공사의 단독 운항 노선에서 저가 클래스를 구매해 타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행 항공사업법의 개정 필요성도 거론된다. 항공사업법 14조에 따르면 국제항공운송사업자는 여객 또는 화물 운임을 정한 후 국토부 장관에게 인가를 받거나 신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명시된 인가 기준도 추상적이므로 적용이 어렵고,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가 불가능한 유명무실한 법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내항공 운송 분야는 20일 전 예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국내선 운임에 대한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상혁 의원은 "가격별 좌석 수 조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며 "과연 국토부가 통합 이후 발생할 문제들을 모두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후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충분한 시정조치가 부과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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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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