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이 저절로 모아져요" 미스터 옥토버의 지도자 성장기[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 손이 저절로 모아져요."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 SSG 2군 타격코치는 2일 인천 KT전 직후 은퇴식을 가졌다. 코로나19로 2년이나 미뤄진 행사였다. 박 코치는 2019시즌 직후 선수생활을 마쳤다. 이후 2년째 2군에서 후배 타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선수도 마찬가지지만 코치도 배움의 연속이다. 박정권 코치는 "2년을 했지만, 철학이나 지도관이 어떻다고 말하는 건 좀 그렇다. 선수들과 얘기하면서 배우는 부분이 더 많다. 항상 많이 부족한 걸 느낀다. 공부를 안 하면 안 되겠구나 싶다. 선수들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지도자가 선수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시대는 일찌감치 끝났다. 지도자와 선수 모두 진화하는 트렌드, 이론을 공부하고 실전서 끊임없이 접목한다. 그 과정에서 소통하며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각종 트레킹 데이터를 통해 어떤 현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일례로 요즘 젊은 선수들은 유튜브를 통해 메이저리거들의 타격폼 혹은 투구폼을 참고하고 연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 코치는 "2군 선수들은 1군 선수들보다 자신만의 것(노하우)이 없는 경우가 많다. 코치는 한정돼있고, 선수는 많다. 선수들이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한다"라고 했다.
박 코치는 2군 타자들이 스스로 연구한대로 해보라고 하는 지도자다. "맞는지 안 맞는지는 해봐야 안다. 일단 경험해보라고 조언한다"라고 했다. 실전서 해본 뒤 대화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박 코치도 야구와 타격에 대한 깊이를 더 키운다.
각종 전문화된 데이터들도 현실적으로 바라봤다. 분명 선수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활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박 코치는 "전력분석에서도 하는 말이다. 데이터가 전부일 수 없고, 코칭도 전부일 수 없다. 접목이 중요하다.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의외의 말도 나왔다. 선수 시절보다 지도자로 야구를 보는 게 더 긴장된다. 2군에서 자신의 손을 거친 선수가 1군 경기에 출전하면, 기도하는 심정으로 TV 중계를 지켜본다. 박 코치는 "한국시리즈보다 훨씬 더 긴장된다. '제발 좀 쳐라'하고 보게 된다. 두 손이 저절로 모아진다. 편안한 자세로 못 본다"라고 했다.
최근 왼손 외야수 이정범이 1군에서 잠시 히트를 쳤다. 퓨처스리그 19경기서 타율 0.284에 4홈런 29타점. 2군에서의 평가가 괜찮았다. 김원형 감독은 이정범을 과감하게 주전으로 기용하며 일정 부분 재미를 봤다. 현재 다시 1군에서 말소됐다. 박 코치로선 잠시 1군의 맛을 본 이정범을 보며 여러 감정을 느꼈을 듯하다.
박 코치는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1군에 올라오자마자 감독님이 중용해서 초반에 잘 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고, 경험을 쌓아나가면 된다. 1군에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정범이 뿐 아니라 2군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가 많다. 나도 2군에서 책임감을 갖고 한 명이라도 1군에 더 올릴 수 있게 하겠다"라고 했다.
은퇴식은 끝났고, 박 코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2군은 곧 퓨처스리그를 종료한다. 그는 "아직까지 배우고 흡수하는 과정이다.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했다.
[박정권 SSG 2군 타격코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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