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브런치의 '출판 실험' 시장을 뒤흔들다
4,200여 권 출간하며 출판 시장에 돌풍'
"좋은 저자 발굴과 출판 생태계 활성화 목표"
지난 7월 출간된 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은 하반기 가장 주목받은 도서 중 하나다. 작가가 자신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경험을 독특한 문체로 담아내 출간 2개월 만에 5쇄를 찍은 이 책은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카카오가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모토 아래 2015년 6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가 출판 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다. 브런치가 베스트셀러 제조기가 된 지는 오래다. 누적 발행부수 100쇄를 넘긴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도 브런치에서 ‘9급 공무원 세대’라는 제목으로 연재됐던 글이다. 하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정문정 작가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역시 브런치가 낳은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다. 현재까지 브런치에 등록된 작가만 4만7,000명, 출간으로 이어진 책도 4,200권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브런치가 직접 작가를 발굴하고 책 출간까지 돕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종이책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출판사가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수상작을 선정하고, 이 수상작은 해당 출판사를 통해 종이책으로 출간된다. 현재까지 총 8회에 걸친 프로젝트를 통해 131권의 책이 출간됐고 마찬가지로 이 중 상당수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문학동네, 민음사, 부키, 알에이치코리아, 어크로스, 위즈덤하우스, 창비, 허밍버드, 휴머니스트, 흐름출판까지 총 10개의 출판사가 참여하는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도 예비 작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9월 13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모집하는 올해 공모에는 아직 모집기간이 절반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년의 두 배가 넘는 작품이 접수됐다는 후문이다.
저자 입장에서 브런치북의 장점은 무엇보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을 브런치 플랫폼 안에서 직접 구현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브런치북의 ‘패키징 툴’을 이용하면 표지 제작에서부터 챕터별 목차 구성, 나아가 독자가 전체 글을 읽기까지 소요되는 예상 시간도 미리 알아볼 수 있다. 최종 당선과는 별개로 응모 과정만으로도 스스로 완성도 높은 한 권의 책을 편집해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당선될 경우 500만 원의 상금과 더불어 대형 출판사와 계약할 수 있고 출간 이후에는 교보문고에서 관련 전시까지 열리니 신인 저자로는 최고의 데뷔 기회다.
통상 저자 발굴 과정에서 드는 품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협업이다. ‘젊은 ADHD의 슬픔’을 발굴하고 책임 편집한 민음사의 김세영 편집자는 “출판사 일반 투고작과 달리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작들은 카테고리와 목차 분류까지 완료된 것들이라 좋은 작품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며 “브런치에 ‘작가’로 등록된 분들만 응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 역시 비교적 수준이 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훌륭한 작가 발굴’과 ‘출판 생태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카카오의 ‘출판 실험’에 가깝다. 총 5,000만 원에 달하는 수상작 상금은 카카오의 기업재단인 카카오 임팩트가 출자하고 출간 이후의 인세나 판권에 대해서도 브런치가 가져가는 ‘몫’은 전혀 없다. 올해부터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문학동네의 이연실 편집자는 "수상작 선정 이후 출간 과정에 브런치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 데다, 계약 조건 역시 저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려 애쓰는 것을 보며 왜 많은 저자들이 브런치를 통해 데뷔하려 하는지 알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카카오의 ‘출판 실험’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예정이다. 브런치 관계자는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과 오디오북, 라디오 등 다양한 포맷으로 2차 저작물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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