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수비' 마차도, 이대호 은퇴 전까지 롯데의 핵심 자원이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내 야구를 하겠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의 2년차 시즌 ‘공격’ 성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해 타율 2할8푼(486타수 136안타) 12홈런 67타점 79득점 OPS.778로 준수한 생산력을 과시했다. 당초 ‘수비형’ 외국인 선수로 불렸지만 역대급 수비력에 준수한 공격력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당연히 지난 시즌이 끝나고 1+1년 총액 145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계약 첫 해가 끝나면 구단이 연장 계약 옵션을 실행할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다만, 올해 ‘공격’ 성적은 지난해만큼 두드러지지 않는다. 일단 홈런은 지난 5월29일 이후 실종됐다. 9월까지 성적 자체가 들쑥날쑥했고 정타가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 다시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다. 10월 타율 3할5푼7리(14타수 5안타) 6타점을 기록 중이다. 시즌 타율도 2할7푼4리까지 상승했다. 지난 3일 사직 NC전에서는 추격의 적시타, 달아나는 희생플라이, 그리고 쐐기 적시타까지, 5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11-7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이 끝나고 마차도의 계약 옵션 실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비록 공격에서 시원하게 한 방을 때려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 방으로 낼 수 있는 점수를 마차도는 수비에서 만회하고 있다. 득점으로 점수를 내지 못하더라도 실점을 막는다면 어차피 같은 결과다. 911⅓이닝의 수비 이닝은 마차도의 의존도를 증명하는 기록이다(유격수 2위, 1위는 KIA 박찬호의 912⅓이닝).
되려 수비에서 실점을 막고 이닝을 거듭한다면 경기는 물론 마운드에 있는 투수들의 성장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성공의 결과가 쌓이면 결국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법. 젊은 투수들이 로스터에 많이 포진해 있고, 또 앞으로 키워야 할 투수들이 많은 시점에서 마차도의 존재는 곧 투수진 성장과도 직결된다는 게 롯데 프런트의 생각이다. 마차도가 부진한 공격력에도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언젠가는 토종 유격수가 마차도의 자리를 물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마차도로 인해 경기 출장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 현재는 투수력 성장에 좀 더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마차도가 공격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은 다른 국내 선수들이 채우고 있다. 내년 은퇴를 예고한 이대호는 여전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17개)을 때려내고 있고 전준우, 한동희, 정훈, 손아섭, 안치홍 등 생산력이 뛰어난 타자들은 많다.
다만, 이대호가 내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고 난 뒤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마차도의 드라마틱한 장타력 증강이 없다면 롯데는 장타력 공백을 채우기 위해 마차도와 결별하고 거포형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라는 것. 또한 국내 투수들의 성장이 온전히 이뤄진 상황도 아니기에 마차도가 케어해야 할 지점들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사직구장 확장도 투수력을 안정시키면서 수비와 컨택에 집중하는 외국인 선수, 마차도 유형의 선수가 더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롯데는 시즌 직후 사직구장을 대대적으로 확장한다. 홈플레이트를 백네트 쪽으로 미루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담장 역시 높인다는 계획이다. 구장 규모는 잠실구장(중앙 125m, 좌우 100m)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울산 문수구장(중앙 122m, 좌우 101m)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수력을 중시하면서 컨택과 중장거리포, 주루 등 세밀한 야구에 집중하는 팀 컬러를 형성하려는 구단의 의지다.
웬만한 거포 외국인 선수로 홈런을 펑펑 때릴 수 없는 구장 환경이 된다. 마차도의 존재 가치가 상승하고 롯데가 다시 재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물론, 마차도보다 더 괜찮은 평가를 내린 야수를 찾으면 재계약을 포기하겠지만 유형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현재 외국인 선수 시장이 흉년인 상태에서 마차도보다 나은 선수를 데려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최근 일련의 기사들로 마차도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굳건했다.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고 타석에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마차도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기사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는 후문. 뒤늦게 듣고서 마차도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라면서 “특별히 대답할 가치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신경쓰지 않고 굳건히 나의 야구를 잘 하면서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강조했다. 흔들리지 않고 마차도만의 야구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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