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책임만 인정한 이재명 "대장동 개발은 칭찬받을 일"

조의준 기자 2021. 10. 5. 03: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게이트] 의혹부인 정면돌파 시도, 李지사의 전략·셈법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서울 지역 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대장동 의혹’에 대해 “과거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4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구속에도 “대장동 개발은 특혜를 해소한 것으로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의혹과 수사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대선 본선을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장동 의혹에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오히려 득표율이 올라 ‘본선 직행’ 가능성이 높아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야당과 언론을 비판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그는 전날 스스로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마불사’라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공약발표회에서 “성남시 공무원과 산하기관 소속 임직원의 관리 책임은 당시 시장인 제게 있는 게 맞는다”며 “살피고 살폈으나 그래도 부족했다”고 했다. 이 지사가 직접 대장동 의혹에 대해 관리책임을 인정하며 유감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사는 그러나 이번 사건이 ‘개인 일탈’이란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전 직원이 뇌물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 “노벨이 화약 발명했다고 알카에다의 9·11테러를 설계한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 개인의 일탈로 사퇴하면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가 사퇴해야 할 것”이라며 “상식과 원칙에 따라 얘기해 달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의 비리와 자신을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유씨가 측근이냐’는 질문에 “시설관리공단 관리원으로 (처음에) 들어온 사람”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객관적으로 제 선거를 도와준 것은 맞는다. 나름 조직 관리 역량이 있어서 (성남시의) 시설관리공단 관리원으로 (처음에) 들어왔다”며 “측근의 개념이 뭔지 모르겠다. 측근의 기준이 뭐냐”고 했다. 그러나 유씨는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가 된 뒤엔 차관급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는 또 “(대장동 입찰에 참가했던) 산업은행이 100억이라도 더 줬으면 안 떨어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모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은 화천대유의 김만배씨 등이 이미 사전에 짠 각본대로 이뤄졌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 지사가 특혜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대장동 의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지지율 때문으로 보인다. 사건 초기만 해도 이 지사 캠프에선 대선 경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지사의 선제적인 사과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내부 논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사가 지난 주말 열린 인천과 부산·울산·경남, 제주 경선에서도 잇따라 압승을 하고, 오히려 득표율이 58%까지 올라가면서 대장동 의혹에 대한 ‘정면 돌파’ 분위기는 더욱 확고해졌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이 지사는 지금껏 수많은 의혹에 시달렸지만 오히려 지지율은 상승했다”며 “이재명은 정말 ‘맞을수록 강해지는’ 후보”라고 했다. 또 강경 대응을 통해 흔들리는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 등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경기도청에선 “개발 이익 더 환수 할 수 있었는데 안 했다고 (국민의힘에서) 배임이라고 한다. 그게 어떻게 배임이 되느냐”며 “자기들(국민의힘)이 매번 해먹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을 배임·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그러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성남시의 출자로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유 전 본부장 혼자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 지사가 “어떻게 배임이 되느냐”고 한 것은 검찰을 향해 ‘사실상 여권 대선 후보인 나를 엮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이날 국민의힘을 겨냥해 “도둑이 경비원을 보고 ‘왜 도둑을 완벽하게 못 막았느냐’고 비난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방해를 뚫고 그나마 5500억원을 (성남시가) 환수했기 때문에 (대장동 개발은) 칭찬받을 일”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