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 형과 알레그로 동생, 이번엔 모차르트 협연

김성현 기자 2021. 10. 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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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형제 임동민·임동혁
명문 콩쿠르 공동 입상하며 데뷔
6일·10일 공연서 한 무대 올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는 동생 임동혁(왼쪽)과 형 동민. /김지호 기자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전시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나온 피아니스트 임동민(40)의 머리는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원래는 진노란색으로 물들이려고 탈색했는데 주변에서 말리는 바람에 그냥 놓아두고 있어요.” 그의 목소리는 바리톤에 가까운 중저음. 말하는 속도도 ‘안단테(느리게)’를 벗어나는 법이 드물다.

정확히 제시간에 나타난 동생 임동혁(36)은 스포츠형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이다. “요즘에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탄수화물을 줄여서 체중 감량을 했어요. 완전히 ‘고무줄 몸무게’라니까요(웃음).” 10kg 가까이 체중을 줄이니 앳된 얼굴이 되살아났다. 그의 목소리는 테너의 고음. 말하는 속도도 ‘알레그로(빠르게)’에 가깝다.

난형난제(難兄難弟). ‘동동 브라더스’라는 별명의 이 형제는 세계 명문 콩쿠르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입상하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6년 쇼팽 청소년 콩쿠르에서 형제는 나란히 1~2위에 입상했다. 그 뒤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도 공동 3위에 올랐다. 형제 연주자의 공동 입상은 1927년 대회 창설 이후 처음이었다. 형 동민은 “동생의 타고난 테크닉과 뚜렷한 음악적 주관”이 언제나 부럽고, 동생 동혁은 “형의 성실성과 진지함”을 높이 산다.

하지만 이 형제에게는 지독한 역설이 있었다. 피아노를 시작한 지 올해로 28년. 이전까지 이 형제는 피아노 한 대에 나란히 앉거나 피아노 두 대에서 마주 보면서 호흡을 맞춘 적이 없었다. 지난 2~3월 피아노 2중주 공연이 데뷔 이후 첫 ‘형제 협연’이었다. “형제라고 해서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에요.”(임동민) “각자 사느라 바쁘다 보니 당장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네요.”(임동혁) 형 동민은 계명대에서 13년째 가르치고, 동생 동혁은 독일 베를린에서 살고 있다.

오는 6일 예술의전당과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형제는 다시 한 무대에 오른다. 1부에서는 형 동민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2번, 2부에서는 동생 동혁이 모차르트의 협주곡 20번을 디토 오케스트라(지휘 이병욱)와 협연한다. 지휘자 이병욱씨는 “사실 형제의 스타일은 정반대다. 형이 나긋나긋하게 속삭이듯이 아기자기하고 앙증맞게 모차르트의 매력을 보여준다면, 동생은 라흐마니노프의 낭만주의 협주곡보다 더 화려한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비극적으로 부서지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닮은 듯 다른 듯한 형제의 행보는 계속된다. 동생 동혁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21번을 녹음한 뒤 내년 5월쯤 국내 독주회를 계획 중이다. 하반기에는 형 동민이 같은 슈베르트의 소나타 21번 등으로 음반을 준비 중이다. “남들은 제게 ‘쇼팽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지만, 저 자신은 ‘슈베르트 전문’이라고 생각해요.”(임동혁)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 덕분에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작곡가죠.”(동민) 인터뷰 내용을 서로 바꿔도 헷갈릴 만큼 이 형제는 묘하게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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