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45] 동물 비자
내가 작가로서 알려지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2002년 국정 국어 교과서 제1 단원에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이라는 글이 실렸을 때다. 내가 2001년에 출간한 책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에 실려 있는 글인데 졸지에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맨 먼저 배우는 글이 되었다. 이 글에서 나는 세계화의 봇물에 휩쓸려 “우리말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영어를 들여오는 일은 우리 개구리들을 돌보지 않은 채 황소개구리를 들여온 우를 또다시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얼마 전 인천세관은 맹독성 사탕수수두꺼비를 밀반입하려는 일당을 적발했다. 사탕수수두꺼비는 몸 크기는 황소개구리와 얼추 비슷하지만 눈 뒤 측두샘에서 분비하는 독은 멋모르고 집어삼킨 왕도마뱀이나 카이만악어를 죽일 만큼 강력하다. 1935년 여름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는 하와이에서 사탕수수두꺼비 102마리를 들여와 방생했다. 그로부터 불과 100년도 안 된 현재 호주에는 2억마리가 넘는 사탕수수두꺼비가 살고 있지만, 사탕수수의 해충인 딱정벌레 박멸에도 성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파충류 생물 다양성이 심각하게 감소했다.
서울 중랑천을 따라 걷다 보면 바위에 나란히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거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환경 단체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은 중랑천 본류와 지류에서 붉은귀거북을 비롯해 외래 거북 다섯 종을 발견했다. 기르던 거북을 방류하는 사람들이 두꺼비라고 풀어주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사탕수수두꺼비가 유입된 이래 그를 물거나 핥은 개들이 다수 죽는 바람에 주민들에게 두꺼비를 발견하면 죽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가 결국 황소개구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제 발로 우리 땅에 들어온 야생동물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 손으로 옮기지는 말아야 한다. 이제는 동물도 국경을 넘을 때 비자 검사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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