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 인권 외면한 통일은 있을 수 없다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전 통일원 차관 2021. 10.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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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광복은 통일이 되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이사회는 대한민국을 32번째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했다. 한국인이 해방 후 전쟁과 고난을 겪으면서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다. 모든 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이기에 가능했다. 똑같은 민족이 38선 북쪽의 공산 체제에서 비참하게 몰락한 것과 대비된다.

이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분단 극복이다. 그것도 무력이 아니라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하는 것이다. 그 지상 명령은 대통령이라도 피할 수 없다. 과연 현 정권이 헌법에서 요구하는 통일 과업을 이루려고 노력하는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통일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북한 주민의 고통을 없애주기보다는 망해가는 정권을 도와주는 데 더 열을 쏟는다. 폭압 공포 정치를 계속하는 북한 정권에 힘을 실어 주는 데 앞장서려 한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완화하려 자유 진영 국가들을 설득하려다가 무안을 당하기도 한다. 평화가 우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치명적 살상 무기와 테러 수단밖에 없는 북한 정권에 질질 끌려다닌다. 남북한 56대1의 경제력 차이는 대한민국이 통일을 주도할 운명과 책임을 의미한다. 불쌍한 북한 주민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그런 자연스러운 통일 과정을 이 정권은 막거나 지연하려 한다. 분단 고착화나 다름없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서독은 과거 나치 독일이 주변국에 끼친 해악 때문에 통일이라는 단어조차 꺼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론 언젠가 여건이 조성될 때를 대비하여 통일을 위한 노력을 차곡차곡 쌓았다. 동독에 경제 지원을 해주면서, 탈출하는 동독 주민을 사살하려는 기관총을 장벽 위에서 제거하게 했다. 동독의 정치범들을 돈을 주고 서독으로 데려왔다. 또 동독 주민의 대부분이 외부의 방송을 청취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그것이 통일을 위한 실질적 준비였다. 결과적으로 1990년 통일 후 안정이 쉬워졌다고 할 수 있다.

과연 그러한 노력을 현 정권이 하고 있는가? 2016년 3월 2일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 시행을 5년 이상 거부하고 있다. 평화적 통일의 선봉에 서게 될 탈북민과 인권 단체들의 활동에는 재갈을 물리려 한다. 한국 땅에 도착한 북한 어부 2명을 제대로 심사도 하지 않고 안대를 씌우고 쇠고랑을 채워 북한군에 넘겼다. 북한 주민에게 외부 세계의 객관적 사실을 알리려는 전단도 보내지 못하게 막는다. 정권에는 통일할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통일이 아니라 반통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평화 통일을 추구하라는 헌법상 명령에 반하는 것이다.

통일은 되었는데 자유가 사라지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자유와 인권을 누리면서 살던 5000만 국민이 참을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서 통일을 위해서는 자유와 인권은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다. 인권은 통일을 위한 핵심적 가치다. 북한 인권 문제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통일은 있을 수 없다.

현 정권은 통일을 추구할 헌법상의 임무와 국민적 염원을 잊은 것 같다.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기를 간곡히 권고한다. 특히 통일을 위한 기관이라는 통일부는 정말 평화 통일을 추진하는지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북한 주민과 탈북민의 자유와 인권을 무시하는 통일부는 통일의 목표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 통일부가 진정 필요한 기관으로 인정받으려면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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