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외도 10년… 돌아온 ‘탕아’ 받아줘서 감사합니다” 눈물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2021. 10. 5.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방울국악제 대상 이경아씨
작년 최우수상 수상 이후 재도전
명창 어머니·이모 따라 ‘山 공부’
대학 졸업 후 록밴드 보컬 활동
“이제 방황은 끝, 국악 외길 갈 것”
제29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이경아씨가 4일 광주광역시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심청가’ 가운데 ‘가군의’ 대목을 부르고 있다. 평균 98.4점의 최고점을 받은 그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소리를 배울 적의 초심을 되찾은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김영근 기자

“아이고 여보 가군(家君)님, 내 평생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家長) 일신, 해로백년(偕老百年) 봉양타가, 불행망세 당하오면….”

4일 광주광역시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공연장. 제29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마지막 참가자로 나선 소리꾼 이경아(38)씨는 ‘심청가’ 가운데 ‘가군의’ 대목을 부르다가 무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심 봉사의 아내 곽씨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기는 유언을 진양조 장단에 맞춰서 애절하게 노래하자 객석에서도 “아이고” “잘한다”는 추임새가 절로 나왔다. 경연 직후 심사위원단 평가에서도 총점 492점(평균 98.4점)의 최고점을 받았다.

이씨는 이날 임방울국악제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직후 “재도전 끝에 받은 상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이씨는 지난해에도 대회 판소리 명창부에 출전해서 최우수상(방일영상)을 받은 남다른 인연이 있다.

그에게 판소리는 ‘모태 신앙’과도 같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그는 어머니 조영자·이모 조소녀 명창의 ‘국악 가족’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와 이모가 소리 연마를 위해서 폭포나 암자로 ‘산 공부’를 떠날 적마다 이씨도 어릴 적부터 따라나섰다. 자연스럽게 동요보다 아리랑을 먼저 배웠다. 그는 “제 생일이 8월인데 ‘산 공부’ 도중에 어머니와 이모가 생일 축하곡으로 아리랑을 불러주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아홉 살 때 이모가 3만원을 제 손에 쥐여주시면서 앞으로 소리를 하면 계속 주겠다고 꼬시는 거예요. 냉큼 배우겠다고 했죠.”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는 어머니와 이모가 발표회를 할 적마다 무대 뒤에서 소리를 따라서 부르거나 춤을 췄다.

록 보컬로 활동할 당시의 이경아씨. /이경아씨 제공

이씨는 고3 때인 2001년 심청가 완창 발표회를 열었다. 전주예고를 졸업한 뒤 중앙대 전통예술학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하지만 2008년 석사 과정을 마친 뒤부터는 전통 국악보다 오히려 퓨전 음악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는 “어릴 적부터 국악 외길만 걸었기에 다른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나 갈증이 계속 커졌다”고 말했다. 국악 뮤지컬에도 출연했고, 정통 록 밴드인 ‘아리랑 플라즈마’에 들어가서 ‘별하’라는 예명으로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씨는 “머리를 염색하거나 가발을 뒤집어쓰고 록이나 재즈 페스티벌에서 머리를 흔들면서 노래하다가 국악계 어른들께 ‘이단아’ ‘탕아’라고 혼난 적도 많았다”며 웃었다.

그가 국악과 퓨전 활동을 병행한 기간도 10년 가까이 된다. 하지만 오랜 ‘음악 외도’ 이후 이씨는 판소리로 복귀할 결심을 했다. 그는 “마흔이 되기 전에 본래 공부했던 전통의 길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때 떠올린 것이 임방울국악제였다. 지난해 판소리 명창부에서 최우수상을 받고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올해 재도전 끝에 대상 영예를 안았다.

이씨는 “국악계 선후배들이 ‘부쩍 소리가 좋아졌다’는 칭찬을 해줄 적마다 돌아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록이나 뮤지컬을 한다고 돌아다녔으니 더 이상 쉬기는 힘들 것 같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판소리 발표회를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