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디렉터리와 뉴스

김보미 뉴콘텐츠팀장 2021. 10. 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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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미지컷. unsplash@viktortalashuk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 생성되는 문서 등 파일을 관리하는 방법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새삼스럽게 화제가 됐다. 컴퓨터 안에 디렉터리, 즉 상위 폴더에서 하위 폴더로 가지를 치며 영역을 나눠 저장했던 그간의 상식이 바뀌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었다. 드라마 <미생>에서 인턴사원 장그래는 뒤죽박죽 나열돼 있던 파일들을 마인드맵까지 그려 분류 작업을 끝낸다. 갈피를 잃은 파일들이 각자의 폴더에 묶여 마음속 평화를 찾은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뿌듯한 표정으로. 정작 회사 매뉴얼에 따르지 않고 멋대로 일 처리를 했다며 상사에게 크게 혼이 나지만 말이다. ‘직박구리’ ‘할미새사촌’…. 이런 단어가 익숙한 이들은 ‘새 폴더’ 이외의 파일 정리 대안이 있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당연한 줄 알았던 디렉터리는 디지털 기기와 플랫폼이 변하면서 옛날 방식이 됐다는 게 분석의 핵심이었다. 변화의 시작은 검색 엔진의 등장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어 정보를 찾게 됐는데, 키워드 검색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색인에 따라 사전을 넘기거나 도서관 서고에서 책이 꽂힌 순서를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원하는 정보에 바로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딩 서버는 이 같은 접근법을 가속화했다. 저장장치 안의 여러 방(폴더)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파일이 말 그대로 비어 있는 커다란 공간 어딘가에 구름처럼 떠 있다. 게다가 아이폰이 불러온 스마트폰 대중화는 파일의 저장과 관리 개념 자체를 희미하게 만들었다. 음악과 영상은 파일을 소유하지 않고 스트리밍한다. 사진은 시간 순서로 나열돼 갤러리 앱에 묶여 있다. 사용자는 위계를 정해 폴더를 생성하는 대신 개별 콘텐츠 단위로 태그를 달아 검색에 대비할 뿐이다. 애초에 파일을 어떻게 보관할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보관법인 셈이다.

김보미 뉴콘텐츠팀장

이 같은 인식 전환을 세대론으로 풀면 자칫 업무 환경에 서투른 연령층의 습관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 누가 더 친숙한지를 따진다면 태어날 때부터 검색 엔진이 존재했던 세대일 것이다. 디렉터리가 절대적인 방식이 아니라 사람마다, 성향마다, 환경에 따라 선택할 대안이 생겼다는 정도의 해석이면 충분하다.

디렉터리 질서가 옅어진 건 파일 분류만이 아니다. 뉴스도 비슷하다. 미디어 생산자는 뉴스 내용뿐 아니라 기사의 배치, 카테고리, 나열의 순서에도 나름의 가치를 담는다. 하지만 언론사가 주도한 분류 체계에 따르는 이용자들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개별 관심사, 업데이트 시간, 관련 콘텐츠 등에 따른 노출 알고리즘이 매긴 가중치순으로 각종 피드와 타임라인에 흐르는 뉴스로 접하거나 직접 검색해 읽는다.

지난달 시사인이 보도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의 언론매체 중 신뢰하는 곳으로 ‘유튜브’와 ‘네이버’가 10위권 안에 꼽힌 것은 현재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신뢰하는 언론인을 묻는 항목에 개그맨 유재석씨가 2위에 오른 것 역시 뉴스 생산자로서는 참으로 씁쓸하지만,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 미디어 콘텐츠라는 광활한 영역에서 뉴스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태그. 그것은 치열한 취재를 바탕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담아낸 현장의 이야기라는 점도 자명하다.

김보미 뉴콘텐츠팀장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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