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진정한 기업 가치는 직원 행복에서 시작된다

김창훈 KRG 부사장 2021. 10. 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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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대표

필자가 대학졸업 후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지급받은 컴퓨터는 전설의 'AT 컴퓨터'다. 뱃살 두둑한 모니터를 설치하니 자리의 절반을 차지했다. 한 달치 급여 100만원대를 훌쩍 넘는 고가였다. 저장용량이 20MB(메가바이트)에 불과했지만 필자에게는 '신세계'였다. 컴퓨터뿐만 아니다. 레이저와 잉크젯프린터가 본격 도입되기 전이라 주로 '도트트린터'를 사용했다. "끼익, 도르륵" 소음이 나는 도트프린터는 업무 방해꾼이었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워드프로세스' 사용법을 배워야 했다. 초기에는 사용법이 서툴러 같은 문서를 3~4차례 다시 작성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외부와 문서를 주고받을 때는 팩스를 사용했다. 조사를 위해 5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300여개 기업에 팩스를 보낸 적이 있는데 1주일이 꼬박 걸린 적도 많다. 그래도 회사 생활은 행복했다. 30여년 가까이 흐른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컴퓨터가 업무에 본격 적용되기 시작한 시절의 '라떼' 이야기다.

기업 전반의 업무에 컴퓨터가 도입된 이후 생산성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 이는 여러 통계에도 잘 드러나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비즈니스에 적용되기 시작한 1995년 국내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56.39였지만 2019년엔 190.22를 나타냈다. KAIST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1%는 IT(정보기술) 솔루션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과 제품 및 서비스 품질 제고 등의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 같은 신기술들이 본격적으로 기업 내·외부 프로세스에 도입되기 시작하면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임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지금의 IT 기반 업무환경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가라는 의구심이다. 기업의 가치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업의 수익을 높이는 데 있다면 맞는 지적이다. 랜선을 통해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하면서 업무는 예전보다 훨씬 편리하고 스마트해졌다. 그룹웨어, 화상회의, 협업툴은 물론 최근 기업마다 너도나도 도입하는 RPA(로보틱스프로세스자동화) 등과 같은 비대면 솔루션들은 직원들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핵심 툴들이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가 효율성 추구에만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과거보다 적은 인력으로 몇 배의 매출을 올린다지만 정작 종사자들은 늘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고 사람과 소통에 배고파한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장인의 80%가 우울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컴퓨터 도입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정작 업무환경이 간편해진 구성원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모순된 현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유는 아마도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경영철학의 결여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과거 회사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매출을 더 거둘 것인가라는 전통적 비즈니스 사고에 젖어 있었다. 예전 기업들의 경영 슬로건을 살펴보면 '10년 내 매출 1조원 달성, 생산성 50% 향상' 등 직원 개개인의 행복보다 회사의 외형확장을 지향하는 목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구성원이 행복하지 않은 조직은 아무리 외형이 크다 한들 가치 있는 조직이라고 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통수단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반대로 우울감이 커지는 직장인들은 소통에 메말라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군중 속의 고독'인 셈이다. 가치 있는 기업이 되려면 직원들이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력의 단초로 매년 고객만족도(CSI) 조사를 하듯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직원 만족도 조사(ESI)를 실시하고 개선 포인트를 찾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무엇보다 기업의 가치는 직원의 행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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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KRG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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