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 '오징어 게임' 인기에 광고업계가 떠는 까닭

2021. 10. 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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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광고시장 '블랙홀'
국내 광고비 해외 유출 현상 갈수록 심화
글로벌 OTT에 '동일 규제' 법적 장치 시급
김병희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오징어가 풍년이라는 소식이 들리는가 싶더니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시청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은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80여 개국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CNN이 ‘끝내주는 드라마’로 소개했을 정도로, K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쓴 황동혁 감독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광고 마케팅 기상도에서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날씨 맑음’으로만 예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는 OTT 시장이 확대되자 관련 광고 시장도 폭발적으로 확장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기존 미디어를 능가하며 그동안 영향력이 막강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최근 자료를 보면, 온라인 동영상 시청 채널의 비율은 유튜브 91.8%, 넷플릭스 46.1%, 네이버 31.5%, 인스타그램 31.2%, 페이스북 20.9% 순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국내의 광고 물량도 지상파 방송이나 신문이 아니라 OTT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미 디지털 광고비가 전통 매체의 광고비를 추월한 현실에서 구글 같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이 국내 광고비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OTT는 수익 모델에 따라 구독료를 추구하는 구독형(넷플릭스형)과 광고료를 추구하는 광고형(유튜브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광고를 붙이지 않는 넷플릭스의 방침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한국 주요 인터넷 매체의 2020년 광고비는 4조7517억원이었다. 그러나 유튜브의 정확한 광고비 규모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구글에서 유튜브 광고로 벌어들이는 엄청난 돈이 국내에 다시 투자되거나 국내 광고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환원되지 않고 해외로 유출된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글로벌 사업자이기 때문에 국내 광고 규제에도 비켜서 있다.

이 같은 사각지대는 우리나라의 미디어와 광고산업이 지속 성장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광고 플랫폼이 늘어나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쟁하지만 실제로는 제도권 밖에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광고산업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될수록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심하게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넷플릭스 같은 구독형 사업자들이 광고를 붙이지 않는 구독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앞으로 광고를 붙이는 광고형도 출시해 이원화 전략을 구사한다면, 광고 시장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광고가 싫은 사람은 월정액을 내고 기존의 구독형을 선택하게 하고, 광고가 붙어도 괜찮은 사람은 월정액에서 대폭 할인된 금액에 광고형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 광고비의 상당액이 넷플릭스 프로그램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광고 관련 정부 부처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사업자에 대해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동일 규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내 광고비의 해외 유출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가 벌어들이는 국내 광고비가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가면 엄청난 국부가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광고 관련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은 관련 법률안을 준비하는 동시에 국내 광고산업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한국 광고산업의 미래를 위해 막중한 책무를 담대히 맡아주기를 기대한다. 오징어 게임의 시작 부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최후의 승자로 기억될 것인가? 탈락하여 추억 속에 사라질 것인가?” 마치 글로벌 OTT 사업자와 비정한 한판 승부를 겨뤄야 하는 우리 광고산업계에 던지는 질문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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