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74] 음악에도 전염성이 있을까
음악 관련 경연 프로그램에서 종종 듣는 심사평이 ‘노래와 연주는 좋았는데 듣고 나니 남는 게 없어 아쉽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가사와 연주 내용은 단순했는데, 계속 귀에서 방금 연주한 노래가 맴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의학 용어를 적용해보면 앞의 곡은 좋긴 한데 전염성이 떨어지고 뒤의 곡은 단순해 보였는데 의외로 전염성이 강한 곡이었다고 평할 수 있겠다.
음악에 정말 전염성이 있을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염성’이 있다. 신곡이 나왔을 때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곡이 확산되는 형식을, 전염성 질환의 확산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을 써서 비교해 보니 그 확산의 흐름과 형식이 유사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바이러스나 음악이나 확산은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on)’을 매개로 이뤄진다. 차이가 있다면 바이러스는 물리적 연결이 필요한 반면, 음악은 소셜미디어처럼 가상 공간 속 연결을 통해서도 전염병 수준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직접 만나 구전으로 이 음악이 좋다고 하지 않아도 소셜미디어에 내가 좋아하는 곡을 올리면 비대면 확산이 가능하다.
그럼 바이러스와 음악 중 누가 더 전염성이 강할까. 이번 연구 결과만 보면 완벽한 음악의 승리다. 예를 들어 음악 장르 중 가장 확산 속도가 빠른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는 전염성이 강한 홍역에 비해서도 190배 확산 속도가 빨랐다. 음악 종류별 전염성의 차이는 어땠을까. 유럽 지역의 연구라 우리나라와는 다를 수 있지만, 앞서 말한 일렉트로니카 장르가 1위, 다음으로 힙합, 그리고 록 뮤직, 마지막으로 팝 순서였다. 예를 들어 록 뮤직에 비해 일렉트로니카 음악 확산 속도가 26배 빨랐다.
그런데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시장도 비례해 같이 큰 것은 아니다. 일렉트로니카 장르는 마니아층의 열정도 강하고 소셜미디어 사용 빈도도 높아 확산 속도는 빠르지만, 그 장르에 저항하는 면역을 가진 층도 많아 확산은 느린 다른 장르가 오히려 시장은 더 클 수 있다.
상담을 하며 ‘가을의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오나요’ 하는 질문을 종종 던진다. 의외로 가을이 온 줄도 몰랐다는 답이 많다. 마음이 지치고 여유가 없다는 증거다. 음악에 전염성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만만치 않기에 음악이 우리를 위로해주는 힐링 바이러스로 오랜 세월을 함께해주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가을의 절정이다. 내 마음에 와 닿는 음악을 들으며 멋진 가을 하늘도 바라보고 낙엽의 촉감도 느껴보는 여유의 힐링 시간, 하루에 10분이라도 가져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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