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자가격리자 가족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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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감옥 생활이 이럴까 싶었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한 가정의 기본권은 제한됐다.
코로나19 확진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자가격리는 지난해 2월 집단감염 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감염자도 아니고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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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감옥 생활이 이럴까 싶었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한 가정의 기본권은 제한됐다. 아내가 ‘자가격리 해제 안내’ 통보를 받기 전까지 그랬다.
아내는 안방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할 줄 아는 말이라곤 ‘엄마’밖에 없는 아이가 소리치며 안방문을 두들겼다. 아무리 달래도 소용 없는 아이를 보며 답답함에 같이 울고 싶었다. 평소 외출할 때마다 ‘코로나 시국에 어딜 돌아다니냐’고 잔소리하던 아내에게 “너나 잘해”라고 말한 뒤 혼자 슬쩍 나가 놀다 오는 상상만이 나를 위로했다. 현실에선 성실하게 방역수칙을 따랐다. 아내와 거리를 유지했고, 개인용품도 따로 사용했다. 마스크는 귀가 아프도록 착용했고 손은 닳도록 닦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운명공동체인 한 가정에 추석연휴가 찾아왔다. 코로나19 시국에 태어난 아이가 처음으로 부모의 고향에서 보내기로 했던 명절이었다. 손자가 오길 학수고대했던 대전과 부산의 가족들이 속상해하는 눈치다. 나 역시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고향의 친구들을 만나 노는 계획이 무산돼 괴로웠다. 원망과 한숨이 터져 나왔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기대했던 추석 연휴도 허망하게 지나가고 어느덧 아내의 자가격리 마지막 날을 맞았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외출 준비를 했다. 아기 기저귀의 잔향을 맡을 수 있는 아내를 보며 양성은 아닐 것으로 믿었다. 방역당국에 신고하고 아내와 함께 바깥 햇살을 맞았다. 오전 9시가 되지도 않은 시간이었는데 선별진료소 앞은 인산인해였다. 하루가 더 지나고 결과가 나왔다. 음성이었다. 이제 외출 제한은 사라졌다.
감염 가능성 하나로 보름 동안 갇혀 지낸 시간이 아쉬웠다. 코로나19 확진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자가격리는 지난해 2월 집단감염 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감염자도 아니고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다.
자가격리의 효과 역시 의문이다. 자가격리가 통보돼도 사적 공간인 가정에서 얼머나 철저히 격리·방역 수칙을 지키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자가검역이란 표현으로 바꿔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감염 위험성이 높은 밀접접촉자를 내버려두기엔 공공이 떠안아야 할 위험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할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정부가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공공의 안전을 담보할 방안이 무엇인지 전문가들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았으면 한다.
정필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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