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사회적 백신이 필요한 청춘

- 2021. 10. 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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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코로나 장기화에
일상관계 단절·미래 불투명
청년세대 '사회적 자아' 붕괴
정부 '희망 백신' 접종 나서야

정말 오랜만에 좋은 소식을 들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2020년의 자살사망자는 10만3195명으로 2019년에 비해 604명(4.4%) 감소했다. 40대 이후 자살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특히 고령층의 자살률 감소 폭은 더욱 커 70대는 16%, 80대 이상은 7.1% 감소했다. 물론 여전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1위라는 팩트는 변하지 않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대다수 국민이 고통을 인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흔치 않은 긍정의 신호이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다.

하지만 연령대를 나누어 살펴보면 여전히 가슴을 아프게 하는 세대가 있다. 바로 청년세대이다. 오랫동안 청년세대의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이 1위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하물며 2020년 전체 자살률은 줄었지만 청년세대의 자살률은 2019년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30대의 증가율은 0.7%로 거의 유지되고 있는 데 반해 10대는 9.4%, 20대는 12.8%의 증가율을 보였다. 아직 인생의 본궤도에 들어가지 않은 10대와 2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란 점도 안타까운데 그 추세가 악화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경종을 울리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 사회학
자살은 단순히 개인의 돌발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상황을 반영된 일종의 집단 병리 현상의 한 형태로 보아야 한다. 이에 10대와 20대가 이전보다 더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사회적 경험과 집단의식에 영향을 주는 사회 구조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으며, 뒤에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년보다 2020년도 자살률이 올랐다면 무엇이 달라졌기에 청소년과 청년을 더 안타까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는가. 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미증유의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10대와 20대는 생애주기의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해 등장한 사회현상으로 사회적 자아가 더욱 무너졌다고 판단한다. 연령대별로 살펴보자.

먼저 10대의 경우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로 인해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빠지거나 불안감을 해소할 사회적 자원을 상실해 안타까운 결정을 하는 정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는 학교가 있다. 청소년은 성인과 다르게 사회적 관계의 범위가 좁고 속한 사회조직이 한정적이다. 따라서 학교는 단순히 교과서를 학습하는 장소가 아니라 나의 사회적 자아를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제2의 가족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학교 교육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청소년의 사회적 자아가 불완전하게 형성되면서 불안이 가중됐다. 물론 개인이 하는 소셜미디어나 비대면수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통한 일상성의 유지, 친구와 선생님과의 대면적 상호작용은 그 자체가 청소년 성장의 핵심 요소이자 불안감을 덜어주는 사회적 자원이기에 청소년의 극단적 행위와 충분히 개연성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이번 상황을 교훈 삼아 향후 또 다른 사회적 해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청소년의 일상성을 유지하는 방안이 무엇일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20대는 성인기로 접어드는 생애과정의 초기 단계로 대부분 고등교육과 사회진출 과정을 경험하는 시기이다. 10대보다는 성숙하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일상을 유지하는 다양한 기회를 가진다. 동시에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며 자신만의 가구를 형성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20대는 자기 자신을 본격적으로 책임지기 시작한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만족과 성과보다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경제의 앞날이 혼란에 빠졌다. 물론 일부 수출중심의 기업은 지표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고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 업종은 직격탄을 맞으며 장기적으로 인력이 덜 필요한 구조로 전환 중이다. 또한, 경기를 유지하기 위한 자금 유동성은 정부의 정책 실패와 결합해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가격으로 이어졌다. 지금 당장 어렵더라도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하는 시기가 20대인데 미래가 불투명하기에 현재에 대한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된 것이다.

물론 청년세대만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건 아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양극화가 커지는 이 시점에 코로나19로 인해 직장과 거주라는 기본적인 삶의 조건에 대해 기대를 하기 어렵다면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려는 세대가 느끼는 좌절감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있겠느냐마는 20대의 열정과 창의력은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 당국은 물론 사회 전체가 20대에 더욱 각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줄지 않고 있지만 10대에서는 아직 사망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20대에서도 10명에 불과하다. 10대와 20대에게 코로나19는 사회적 삶을 망가뜨리는 사회적 질병이기에 이들에게 코로나 백신은 물론 사회적 백신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감염경로와 방식을 알지 못했던 초기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한 경험이 있다. 이제 코로나19가 10대와 20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목격했기에 더 이상의 시행착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귀중한 일상과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는 사회적 백신을 그들에게 접종할 책임이 있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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