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사업장

- 2021. 10. 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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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근처에는 운구차가 다닌다.

결산을 단번에 맞춘 적 없이 떠나게 되곤 한다.

단번에 지어지는 그대의 표정을 단번에 이해할 수 없을 때 이것은 그대의 정치일까 나의 맞춰지지 않는 결산일까.

인생을 결산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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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성
장례식장 근처에는
운구차가 다닌다.
결산을 단번에 맞춘 적 없이
떠나게 되곤 한다.
머리를 자르면 사람들은
안부를 하나 더 던져주곤 했지.
나의 머리가 나에게
꼭 어울리지는 않는다.
단번에 지어지는 그대의 표정을
단번에 이해할 수 없을 때
이것은 그대의 정치일까
나의 맞춰지지 않는
결산일까.
머리 스타일을 확 바꾸면 사람들은

“혹시 심경의 변화가 있어?

머리 잘 어울리는데? 혹은 잘 어울리지 않아” 하며 안부를 던집니다.

반면에 그대는 뭔지 모를 표정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그대의 표정을 읽어내지 못할 때

나는 마치 장례식장에 온 것 같은 슬픔을 느낍니다.

수많은 운구차가 들고 나는 장례식장의 사람들 중

머리를 깔끔하게 자른 것처럼 주변을 정리하고 떠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인생을 결산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얼마 전 팬데믹을 이겨내지 못한 자영업자는 하나 남아있던 원룸을 정리하여

직원의 월급을 결산하고 떠났습니다.

국화꽃과 그녀를 추모하는 쪽지들이 그득한 그녀의 사업장.

그녀의 인생은 잘 맞춰진 결산이었을까요?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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