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이주자 품어 안는 성숙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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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했던 현지인과 그 가족 390명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정부는 이들을 '특별 기여자'로 대접해 '장기 체류 비자'를 내주어 국내에서 취업하고 교육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이주를 위한 첫발을 뗐다.
20만년 전 아프리카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끝까지 이동한 이주자 인류(Homo Migratio)이듯이, 더 나은 삶을 향한 이주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글로벌 선진국인 한국은 이미 이주자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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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차별이 이민·난민, 폭민으로 만들어
소니아 샤의 ‘인류, 이주, 생존’(메디치 펴냄)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고향을 떠나 살고, 외국에 이민해 사는 사람도 흔하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2600만명 이상이 재난을 피해 이동했고, 2015년에도 전쟁과 폭력에서 도망친 사람이 1500만명에 달했다. 농촌 인구는 도시로 몰리고,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부유한 나라로 옮기려 한다. 기후변화로 사막이 늘고, 해수면이 높아지면 수억 명의 사람이 이주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모두 생존을 보장받고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생존을 위해 이동하는 것이 인간만은 아니다. 동식물 역시 기후변화에 적응하려고 꾸준히 이동 중이다. 저자는 “이주는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생명 일반의 원칙”이자 “오랜 역사를 통해 인류 안에 체화된 습성”이라고 말한다. 20만년 전 아프리카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끝까지 이동한 이주자 인류(Homo Migratio)이듯이, 더 나은 삶을 향한 이주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국경 장벽이 없다면 외국 이주자는 20배쯤 늘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이탈 주민의 경우에서 보듯, 가로막는다고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불법과 탈법과 편법을 동원해서, 몰래 국경을 넘는 사투를 벌인다. 이 때문에 밀림에서, 바다에서, 사막에서, 산에서 이주자들은 굶고, 병들고, 물에 빠지고, 총 맞아 죽어 간다.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회계사 장피에르 가족과 함께했던 100명 중 콜롬비아를 거쳐 파나마에 도착한 사람은 15명뿐이었다.
게다가 이주가 곧 행복은 아니다. 신분 없는 존재로 전락한 이들은 평생 갈고닦은 전문직업을 잃고, 가난에 시달리면서 가혹한 배제에 직면한다. 그러나 근대 이후 난민들이 기존 사회 체계를 무너뜨리고 혼란에 빠뜨린 예는 거의 없다. ‘이민자 억압’은 조야한 형태의 ‘면역 방어 본능’일 뿐이다. 이주민들은 사회에 해를 끼치기보다 낯설고 참신한 사고를 불어넣어 창조와 진보를 가져온다.
문제는 이주자와 함께 사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회적 미숙함과 국가적 무능력이다. 유럽이 반면교사다. 아랍 난민을 받아들인 유럽은 그 빈곤과 억압과 차별을 방치했다. 결과는 자생적 테러리스트 ‘외로운 늑대’의 등장이었다. 아예 못 들어오게 막으면 된다고? 불가능하다. 우리가 필요해서다.
글로벌 선진국인 한국은 이미 이주자 국가다. ‘출입국 외국인 정책통계 월보’에 따르면, 2021년 8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198만명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약 1790만명의 외국인이 관광, 사업, 취업 등의 이유로 국내에 드나들었다. 어림잡아 ‘우리’ 20명 중 1명은 늘 외국인이다. 값싼 노동력과 관광 수익 등 혜택만 누리고, 교육·보건·복지 등은 배제하는 도둑 심보는 이민과 난민을 폭민으로 만든다. 선제적 대책을 마련하는 등 근시안을 버리고 우리 안의 성숙함을 북돋울 때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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