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통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떠나는 메르켈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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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통일 31주년을 맞아 동·서독 간의 갈등을 줄이려면 독일 국민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독일에서는 여전히 옛 서독 지역보다 동독 지역이 경제적으로 뒤처져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동독인들과 주류 사회의 주축인 서독인들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메르켈 연설이 주목받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3일(현지 시각) 작센안할트주 할레시에서 한 통일 31주년 기념 연설에서 “통일이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신과 동독인들이 겪은 고충을 이야기했다. 그는 “통일로 인해 적지 않은 동독인은 정치와 직업 세계 등 거의 모든 것이 바뀌었고, 일부는 갑자기 막다른 골목에 놓이는 상황이었다”며 “나도 통일이 되자 그때까지 동독에서 35년간 살아온 경력이 ‘필요 없는 짐’으로 취급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서로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사람들과의 다름을 용인해야 한다”며 “우리는 서로 살아온 길과 경험을 존중해야 하며 이것이 통일 31주년의 교훈”이라고 했다. 서독인과 동독인들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 달라는 호소로 받아들여졌다.
메르켈은 어린 시절 동독에서 자랐다. 이날 연설을 한 작센안할트주도 옛 동독 영토였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날 연설이 곧 퇴임하는 메르켈이 총리로서 마지막 행한 공식 연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메르켈은 이날 연설 도중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그는 “조국이란 무엇이냐. 모든 개인이 자신의 의견이 경청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독일은 통일된 지 31년이 지났지만 동·서독 지역 간 격차가 여전해 갖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서독이 4만3449유로(약 5975만원)였으며, 동독 지역은 서독의 69% 수준인 3만27유로(약 4130만원)였다. 실업률도 5.1%(서독) 대 7.1%(동독)로 차이가 있다. 싱크탱크인 할레경제연구소(IWH)가 독일 500대 기업의 분포를 전수조사해 보니 서독에 본사가 있는 기업이 93%(464곳)였고, 동독에는 불과 7%(36곳)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격차가 해소될 조짐이 없자 동독에서는 능력 있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서독으로 빠져나가는 탈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의 민간 싱크탱크인 이포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 1700만명이던 동독 지역 인구(베를린 제외)는 2019년 1360만명으로 줄어들어 1905년 인구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동독인들은 “우리는 여전히 ‘차별받는 2등 국민’”이라는 불만이 적지 않다. 반면 서독인들 사이에서는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의 희생으로 같은 공산권이던 다른 동유럽 나라 국민들보다 훨씬 잘살게 됐는데 왜 불만을 갖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메르켈이 당장 우려하는 건 사회적 갈등을 노린 극우 폭력 세력이 활개를 치며 동독을 중심으로 치안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날 메르켈이 연설을 한 할레는 2019년 반(反)유대교 성향의 극우 청년이 유대교 예배당 근처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진 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동독에서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의 지지율이 높다. 소외감을 느낀 동독인들이 기존 정당에 불신을 표시하기 때문이다. AfD는 “동독인들이 난민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선동하는데 이런 주장이 실제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총선에서도 독일의 16주 가운데 AfD가 1위를 차지한 작센주와 튀링겐주는 모두 동독 지역이다.
메르켈은 이날 이를 의식한 듯 “극단주의가 민주주의는 물론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연하게 거짓말, 가짜 정보가 나돌고 적개심과 증오가 부추겨지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사회적 유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또 “서로의 말을 듣고 대화를 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매일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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