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손바닥 王,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해명 논란..위기대응력 도마

장관석 기자 2021. 10. 4. 21: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왼쪽 손바닥에 ‘임금 왕(王)’ 한자를 적은 채 3차례 국민의힘 대선 주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한 것을 둘러싼 공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왕뚜껑 라면도 못 먹을 판”이라며 단순한 해프닝이라는 태도지만, 캠프에서 내놓은 각종 해명이 또 다른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는 형국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인 윤 전 총장의 지지율과 달리 윤석열 캠프의 위기 대응 능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尹, 손가락 위주로 씻어” 해명에 또 논란

윤 전 총장은 이번 논란을 두고 지인들에게 “동네 할머니들이 꼭 정권 교체를 하라고 글씨를 써준 것”이라며 “앞으로 더 크게 써가야겠다”며 웃었다고 한다. 여권이나 다른 야권 주자들은 일제히 “손바닥에 적힌 ‘왕’자가 주술적 의미나 역술인의 개입이 아니냐”고 공격하고 있지만, 실상은 단순한 해프닝이라는 의미다. 윤석열 캠프 대변인인 김용남 전 의원도 4일 MBC 라디오에서 “앞으로 ‘왕’ 자가 들어간 컵라면도 안 먹고, 배에도 ‘왕’ 자 복근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은 손을 안 씻느냐. 손 소독제를 발라 닦으면 웬만한 건 지워진다”는 물음에 “(윤 전 총장이) 손가락 위주로 (손을) 씻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해명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말장난이다”, “발 씻을 때는 발가락만 씻느냐”는 조롱이 이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추격하고 있는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이날 “손가락만 씻는다는 그런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며 “자기가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양해를 구해야지, 그걸 거짓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을 향해 “밖에 있으면 실체가 안 드러나는데, 우리 당 와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직후 캠프의 해명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2일에는 “5차 토론회 때 벌어진 일회성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선 3, 4차 토론회 때도 윤 전 총장의 손바닥에 ‘왕’자가 적힌 모습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유승민 캠프의 권성주 대변인은 “무속에 의지하는 후보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거짓말과 말장난으로 대하는 윤석열 캠프는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정작 윤석열 캠프는 언론 탓으로 화살을 올렸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언론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련한 대장동 의혹과 ‘왕’자 논쟁을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걸 보며 ‘쉽지 않은 언론 환경이구나’ 하는 위기감은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 野 내부에서도 “캠프 의사소통 구조 돌아봐야”

그러나 야권 내부에서는 이번 논란과 대응 전반의 문제를 지적하며 “내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 씨가 운세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윤 전 총장이 관상가와 동석을 했다는 말이 있지 않았느냐”며 “이런 상황에서 설령 지지자가 손바닥에 ‘왕’자를 써줬더라도 캠프 내에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지워야 한다’는 의견이 윤 전 총장에게 전달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야권 주자 캠프 관계자는 “방송 토론회를 앞두고 윤석열 캠프에서는 같은 질문을 여러 명이 따로따로 묻는 일이 빈번하다”며 “캠프 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했다. 여기에 윤석열 캠프가 대응 과정에서 홍 의원의 개명 문제까지 거론해 윤 전 총장 부인의 개명 논란까지 번지게 만든 것도 캠프의 자충수였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향후 윤 전 총장이 대선 본선에 진출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캠프 내 의사 결정과 위기 대응 역량을 진단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