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비밀' 밝힌 美 학자들 노벨생리의학상..우리는 언제 받나
학계 "한국, 기초·원천 연구 장기적 육성·투자 필요"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이영성 기자 =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온도와 촉각 수용체'를 발견해 우리 몸이 촉각을 느끼는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와 아뎀 파티푸티안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박사에게 돌아갔다.
당초 거론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 연구 등으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영향을 준 업적들보다 '생리' 의학상이라는 상 이름대로 수상자가 선정됐다는 게 국내 학계의 평가다.
아울러 유행성출혈열 병원체 '한타 바이러스'를 발견해 예방백신을 개발한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의 수상은 좌절됐다. 매년 한국인의 수상 가능성은 희망사항으로 언급만 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기초·원천 연구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운 맛으로 통증·감각 원리 찾아내…생리학 저변 넓혀
수상자들은 우리 몸이 어떻게 촉각을 느끼는지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줄리어스는 1997년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에 고추의 주성분으로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어떤 기전으로 우리 몸에 매운 느낌을 주는지 관련 연구를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파타푸티안은 기계적 자극이 우리 몸에 어떻게 전기 신호로 바뀌어 감각으로 수용되는지 집중 연구해 성과를 냈다. 기계적으로 '민감함'을 담당하는 유전자와 이온 채널을 발견, 압력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따와 'Piezo1(피에조 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국내 연구자들은 "이들의 연구는 인간이 자극과 온도, 통증을 어떻게 느끼는지 규명했고 통증 치료의 저변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생리현상은 굉장히 많은 가운데 이들의 연구로 치료법을 만들고,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한희철 고려대의대 교수는 4일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몸은 찌르면 아프고 고추를 먹으면 맵다고 느끼는데, 그 기본적인 연구로 성과를 낸 인물들"이라며 "새로운 약제 개발과 생체현상의 이해에 도움을 줬고, 많은 과학자가 '우리 몸의 감각체계 기초를 연구해도 되겠다'는 희망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선욱 고려대의대 교수도 "시각의 원리에 대한 연구가 노벨상을 수상한 적 있고, 남은 감각 중 촉각 연구가 이번에 상 받았다. 두 사람이 앞다퉈 인체 온도나 통증, 기계적 자극을 느끼는지 경쟁하면서도 원리의 이해도를 높여 줘, 수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타 백신' 만든 이호왕 교수 좌절…한국인 수상 어렵나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기여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관련 연구자인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사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니아대 의대 교수가 거론됐다.
또 '한국의 파스퇴르'라고 불리며 한국인 최초로 수상 가능성이 기대됐던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 역시 아쉽게 불발됐다. 이 명예교수는 세계 최초로 등줄쥐 폐 조직에서 유행성 출혈열 병원체 '한타 바이러스'를 발견, 이를 통해 예방백신 '한타박스'를 개발했다.
올해 생리의학상을 기초 생리의학 연구진들이 받은 데 대해 국내 연구자들은 "기초·원천 연구 가치와 지속적 투자 필요성을 재확인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데 급급하고 기초 연구 중요성을 알지 못 한다면 한국인 수상은 영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박병주 서울대의대 교수는 "노벨상은 1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추천 및 평가 작업이 진행된다"며 "지난해 9월에는 mRNA 백신 기술이 주목받지 않았고, 수상 과정은 50년 후에나 공개되는 만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희철 교수는 "호기심 때문에 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초 연구가 사실 얼마나 중요한지 가능성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평가했고, 황용수 서울대의대 교수도 "아주 기초적인 연구에 노벨상을 줬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조언했다.
황용수 교수는 "우리나라도 기초의학을 지원해주지만 장기적 투자는 부족하다"며 "우리 정부가 (지원을) 한다고는 하니, 장기적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은직 연세대의대 교수는 "기초의학·기초과학은 연구에 깊이가 있어야 하며 국력 문제로 이어진다. 당장 투자해 금방 결과가 나올 수 없다. 결과를 얻어내겠다 하면 노벨상은 절대 받을 수 없다"며 "투자에 대해 국가·국민적 인식이 깨어야 하고 많이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궁금증을 찾아 해결하려는 인재를 찾아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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